삼강주막만 둘러보고 예천을 떠나기 아쉽다면 용궁면에 가보자. 삼강주막에서 차로 10분쯤밖에 안 걸린다. 4와 9가 들어가는 날은 면사무소 부근에 '용궁장'이 선다. 지금은 한산하지만 옛날에는 문경과 예천 사람과 물자가 몰리던 5일장이다.
삼강주막에 조선시대 정취가 남아있다면, 용궁면에선 196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철공소, 떡집, 기름집 등 1960년대 지어져 곱게 나이 먹은 건물들이 친근하고 반갑다. 옛 양조장 건물은 2층 벽돌집〈왼쪽 사진〉인데, 온통 담쟁이로 뒤덮인 모습이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다.
삼강주막 음식은 안줏거리로는 훌륭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사실 좀 허전하다. 그러니 식사는 용궁면에서 해결하자. 용궁면은 막창순대〈오른쪽 사진〉가 유명하다. 순대는 보통 돼지의 대창을 쓰지만, 용궁면에서는 막창을 쓴다. 막창순대를 내는 식당이 다섯 곳쯤 된다. 맛은 어디나 비슷하다.
막창순대를 처음 만든 건 5년 전 세상을 떠난 '단골식당' 김대순씨다. 김대순씨의 뒤를 이어 단골식당을 운영하는 며느리 김미정씨는 "처음에는 일반적인 순대를 주로 하고 막창 순대는 조금씩 했는데, 손님들이 원해서 막창으로만 순대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대창보다 훨씬 두툼한 막창은 쫄깃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하다. 단 돼지 누린내가 좀 난다. 막창순대 5000원.
냄새에 민감하다면 '오징어불고기(5000원)'나 '돼지불고기(6000원)' '닭불구이(6000원)'가 낫겠다. 재료에 따라 조금씩 차이 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콤하게 양념해 연탄불에 먹음직스럽게 구웠다. 뼈를 제거한 '닭발구이(5000원)'는 아주 쫄깃하다.
용궁장 근처 금남리엔 희한한 나무가 있다. 이름 황목근(黃木根). 세금을 낸다, 매년 꼬박꼬박. 일제 강점기, 토지 등기제도가 시작되자 마을 주민들이 마을 공동 소유 땅을 누구 앞으로 등기할까 고민하다가 500년 된 느릅나무 앞으로 등기했다. 등기를 하려니 이름이 필요했다. 황목근은 '5월 노란 꽃을 피우는 근본 있는 나무'란 뜻이다.
회룡포(回龍浦)도 볼 만하다. 섬처럼 생긴 마을이다. 내성천이 350도 휘감고 돌아나간다. '한국에서 가장 완벽한 물돌이동'이라 평가받는다. 비룡산 중턱 '회룡대(回龍臺)'에 올라야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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