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검은 비로드처럼 숲이 짙고, 다랑이논은 금빛 하늘을 조각조각 나눠담은 쟁반 같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남평리 금평마을 속칭 ‘야싯골’의 다랑이논의 낙조는 밀레의 ‘만종’에 못지 않게 보는 이를 경건하게 만든다. 이 논은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평생을 땅에 기대 살아온 손마디 굵은 농부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 이렇듯 인간의 고된 노동이 만들어낸 풍경이 때론 그 어떤 예술품이나 절경보다 아름다울 때가 있다.
야싯골은 마을이 끼고 있는 미륵산 일대에 야시(여우)가 많았다고 해서 붙었다고도 하고, 한자 지명 야소골이 삼군통제영 시절에 무기를 만들던 대장간이 있었다고 해서 풀무 ‘야(冶)’자와 바 ‘소(所)’자를 썼다고도 전해진다. 지난해 여름 통영을 취재하다가 푸르름 무성한 다랑이논의 거울 같은 물이 어떻게 하늘을 담을까 궁금했다. 1년을 기다려 미륵산 정상 부근 봉수대 자리에서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이 가득 담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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