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가 나무위에 주렁주렁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활짝 열린 한국의 누드가 이런 저런 진통을 겪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벗었고 이른바 "자위용 누드"들이 공장처럼 뚝딱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 논란에 직면하면서 때이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요즘은 럭셔리와 작품성을 강조한 세미누드가 대안으로 등장했고 섹시화보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누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의식의 부재가 아닐까. 누드모델은 있지만 한국의 누드에 작가는
없다.
"아름다운 숲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트리 스프리트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예술적 누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
뉴욕출신의 사진작가 "잭 게스체이트"가 창조한 이 나무는 누드를 풍성한 열매처럼 주렁주렁 맺고 있다. 그는 45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누드나무를 창조해 냈다.
그의 누드작업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누드나무가 탄생한다.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나무 위에 덧입혀진 인간의 알몸은 자연스럽게 나무와 하나가 된다. 예술에 대한 복잡한 이해가 없어도 그의 누드나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물론 한국에서 소비되는 누드사진은 아직 잭과 같은 누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더 적나라한 하드코어 누드의 부재다. 정반합의 과정에서 예술누드에 대한 갈증은 일어나는 법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누드의 홍수 속에서
욕정만 남다보니 기형적인 누드만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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