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규정'에 수술 대기중인 美 '10세 사라 살리기'
규정을 어겨서라도 생명을 구하는 게 먼저일까. 죽음이 임박한 열살배기 소녀를 두고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라 머나핸(10)양은 태어날 때부터 폐에 낭포성 섬유증(점막 생성 세포 이상으로 호흡 및 소화 작용에 문제가 일어나는 유전병)을 앓아 온 시한부 환자다. 또래들처럼 뛰어다닐 수 없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함에도 씩씩한 모습을 보여 온 사라였지만 최근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남은 삶은 3∼5주뿐이다. 유일한 희망은 장기이식이지만 사라의 몸에 꼭 맞는 폐가 언제 나타날지 기약이 없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도 18개월이 지났다.
미국의 장기이식 관련 법률은 어린이가 어른의 장기를 이식받을 경우 어른 환자보다 후순위에 놓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어린이에게 성인의 장기를 이식하면 수술 성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의 장기를 이식할 땐 어린이 환자가 수술 우선순위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어른 장기기증이 어린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있다.
사라가 방송 등 매스컴을 통해 갈수록 유명해지면서 “이식 순위를 바꾸거나 규정을 고쳐서라도 사라를 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4일 열린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의원들은 그에게 “사라를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탐 프라이스 의원은 “장관 서명 하나면 끝날 일”이라고 다그쳤고, 로 발레타 의원은 “제발 부탁한다”며 애원했다. 시벨리우스 장관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사라의 병세는 규정이 개정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태다.
시벨리우스 장관은 “누굴 살리고 누굴 죽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보다 안 좋은 게 있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 상태에서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사라를 살리는 일은 장기이식 순서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명윤리학자 아트 캐플란은 “한 아이를 살리는 일이 다른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