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 / 오늘 본 그 뉴스가 믿기지 않네요 / 눈을 감아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 우린 언제까지 이 노래를 불러야 하죠? (…중략)
아이들 발 밑에는 깨진 병 조각이 널려 있어요 / 막다른 골목마다 시체가 널려 있어요 (…중략) / 그리고 바로 전쟁이 시작됐어요/ 많은 이들이 죽어요 / 하지만 말해보세요, 승자는 누구인가 / 우리 마음에는 상처의 골이 깊게 패였어요 (…중략)
맞아요 우린 너무 무감각해졌어요 / 진실은 거짓이 되고 TV가 현실이 된 지금 / 오늘도 수백만명이 울부짖고 있어요 / 우리는 오늘도 먹고 마시는데, 그들은 내일 죽겠지요 /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반전운동에 앞장선 록 밴드 ‘U2’가 부른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의 가사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1972년 1월30일 북아일랜드 런던 데리에서 실제 발생한 ‘피의 일요일’ 유혈사태를 반추한 곡. 당시 영국 정부군은 북아일랜드계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13명이 숨졌다. 이후 30년여간 약 3200명이 테러와 공격으로 사망했다.
▲부시의 ‘선데이 블라디 선데이’ 유튜브 동영상
이 같은 반전과 저항의 노래를 이라크 침공 명령자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부른다면? 미국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부시가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부르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동영상은 가사와 동일한 단어를 말하는 부시의 실제 목소리를 하나씩 잘라 붙여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란 구절은 부시가 연설 중 ‘선데이’라고 발음한 대목과 ‘블러디’라고 말하는 대목을 이어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실제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진 않지만 실제 그의 음성을 이용해 랩처럼 구성됐다.
동영상이 처음 게재된 지난 7월부터 조회수는 무려 80만회. 완성도도 높아 네티즌 추천수가 4000여건이나 된다. 동영상 배경에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의 반주가 흐른다. 무표정하게 노래하는 부시에 이어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 네오콘의 핵심인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친다.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을 얻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등장한다. 부시는 노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네티즌들은 ‘촌철살인’이라며 열광했다. ‘전쟁광 부시’를 풍자하는 제작 의도가 쉽고 재미있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라크인 65만명이 3년간 전쟁의 포화 속에 죽었다는 사실을 부시도 알고 있다는 뜻인가(네티즌 downwardeq)” “대단한 풍자다. 부시가 전쟁의 비극을 노래하리라곤 상상해 본 적이 없다(mikesch0815)” “유튜브에서 본 UCC동영상 중 단연 최고였다(네티즌 Pibben)” “NO WAR, onLY PEACE(반전-세계 평화, neo2006)”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AP통신은 올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이라크 전쟁’을 1위로 꼽고 ‘세계 경찰’을 자처해 온 미국에 2006년은 체면을 구긴 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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