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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손글씨 열전

Sosahim 2007. 2. 8. 10:32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 불리는 손글씨의 영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 포스터, 북커버에 등장하던 손글씨는 TV CM, 옥외광고, 기업 홍보물, 제품디자인,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캘리그라피 전문회사 ‘필묵’은 지난 3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 대회의실에서 ‘2007 한중일 손글씨 디자인 워크숍’을 개최해 각국의 손글씨 디자인 현황과 전망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필묵의 김종건 대표는 “2000년도 이전에는 손글씨를 대필소(대필소)나 동네의 서예학원, 디자이너가 직접 붓을 잡고 제작했다”며 “이 시기에는 광고디자인이나 포장디자인에서 전통적 컨셉이나 신토불이 제품에 자주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지금처럼 디자인 서예가 한글 타이포그라피의 한 부분으로 주목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 중심에 교육이 있었기 때문.

2000년도에 설립된 ‘필묵’은 한국생활사 박물관 디자이너 5명에게 손글씨 강의를 시작으로 현재 필묵아트센터에서 디자이너를 위한 손글씨, 먹그림, 전각강의를 하고 있다. 2005년에는 ‘술통’이 손글씨 강의를 시작했다. 디자인 교육 센터인 ‘아카데미정글’은 물론 각 대학 시각디자인과를 중심으로 손글씨 교육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영화 ‘복수는 나의것’ ‘연인’ ‘챔피언’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북커버 ‘봉순이 언니’ ‘질그릇 아내’ 등을 제작한 김 대표는 “전통적 서예와 현대적 미감이 만나 새로운 디자인서예 조형이 탄생되고 있으며 손글씨는 앞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통해 일반 대중과 더욱 가깝게 자리 잡아 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작가 이소파는 “중국은 서예의 전통이 너무 깊어 새 영역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국의 손글씨는 크게 국가, 학원파, 민간단체의 세 분야로 나뉜다. 중국에서 서예를 가장 즐겨 배우는 층은 어린이, 노인층. 어린이들은 마음 수양을 위해, 노인들은 몸과 마음의 수양을 단련하기 위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이소파는 “도시화 과정 중에 있는 중국에는 빈 공터가 많다”는 설명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중국 평면 디자인의 경력은 길지 않다. 디자인의 이념, 기능, 언어표현과 형식 등 모든 부분에서 서방 문명 사조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평면 디자인 예술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는 상태. 이소파는 “오랜 시간 동안 홀로 갇혀 있던 서법예술이 창신을 속박하는 오랏줄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본 작가 히라노소겐 역시 “일본 서예계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우려 섞인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창작이 아닌 스승의 것을 따라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작품 별 개런티의 극심한 격차 또한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김종건 대표가 ‘花’자 하나로 다양한 변주를 하는 것에 무척 놀랐다”고 감격을 표한 히라노소겐은 “자신의 작품을 밑그림에 두고 따라하는 것조차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완성도는 나올지 모르지만 순간의 힘에 따라 완성되는 서예의 묘미는 표현해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질의응답시간을 거쳐 오후4시까지 이어진 이번 워크샵은 디자인, 서예 전공자는 물론 출판, 문화 분야 종사자들이 참여해 손글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