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400년 전 고대 한반도의 황금빛 천연도료인 황칠(黃漆)의 실체가 처음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은 8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6, 7세기 신라 제사유적에서 발굴한 도기 1점의 유기물 성분을 분석한 결과, 황칠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보존과학실의 유혜선 학예연구원은 “적외선 분광(분광) 분석을 통해 도기에 묻어 있는 유기물의 성분이 전남 해남 황칠나무의 황칠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황칠은 한반도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황칠나무의 수액을 정제해 만드는 천연 도료. 이번 성분 분석에 따라 그동안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황칠의 존재를 약 1400년 만에 확인하게 된 것이다.
황칠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 덕분에 고대 동아시아에서 최고 품격의 도료로 평가받았다. 중국의 당나라에서 한반도의 황칠을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 하지만 이 황칠은 조선 임진왜란 무렵 사라져 그 전통이 단절됐으나 최근 들어 황칠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기억속에 사라졌던
경주 유적서 발견된 흙그릇 유기물… 해남 황칠나무와 성분 같아
신비의 금빛 천연도료로 알려진 1,000년 전 황칠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경주의 황남동 신라제사(祭祀) 유적에서 흙 그릇에 담긴 채 발견된 유기물 덩어리를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 맡겨 성분분석을 한 결과 황칠로 확인됐다고 8일 발표했다. 보존과학실의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은 전남 해남에서 자라고 있는 황칠나무의 황칠과 성분이 똑같고, 해남과 완도 산 황칠에만 들어있는 베타 셀리넨 성분도 검출됐다.
황칠은 한반도 서남해안에서 나는 신비의 물질로 고대로부터 중국까지 널리 알려졌고 여러 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으나 정작 국내에는 확인된 황칠 유물이 없고 황칠 공예의 전승도 끊긴 상태다.
황칠은 황칠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서 뽑아낸 수액을 정제한 것으로, 니스나 래커처럼 투명하면서도 한 번 칠 하면 수백 년 이상 은은한 금빛을 잃지 않는 천연 도료다. 그 빛깔이 몹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나무나 쇠에 칠하면 좀과 녹이 슬지 않고 열에도 강해 ‘옻칠 천 년, 황칠 만 년’으로 통한다. 그러나 ‘아름드리 나무에서 겨우 한 잔 넘칠 정도’(다산 정약용의 시 ‘황칠’에서) 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것이라, 궁중 물품에나 쓰였다. 삼국시대에는 철제 투구나 갑옷, 화살촉 등에 발랐고, 고려 시대 왕의 용포나 용상 등에도 쓰였다고 전한다. 다산의 ‘황칠’ 시는 황칠을 바치라는 왕실의 지나친 공납 요구에 시달린 나머지 백성들이 황칠나무를 베어버렸다는 대목도 있다.
황칠은 중국이 탐낸 물품이기도 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무왕 조에는 백제가 당에 고구려를 제어해달라며 황칠 갑옷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의 북송시대 문헌인 <책부원구>은 당 태종이 백제에 사신을 보내 의전용 갑옷에 입힐 금칠을 요청했다고 적고 있다. 베이징의 자금성 내부를 치장한 금빛도 한국산 황칠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맥이 끊겼던 황칠은 90년대 초 전남 해남의 해안가에서 황칠나무가 자생하는 것이 발견되면서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천연도료로서 황칠의 탁월함 뿐 아니라 항암성분 등 다양한 약리작용까지 밝혀짐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황칠 산업화에 나섰다.
그러나 황칠로 제작된 유물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년 전부터 홀로 황칠공예의 맥을 되살리는 일을 해온 황칠공예가 구영국(47)씨는 “일제 강점기에는 한국인이 황칠나무 잎만 따도 잡아간다고 했던 것으로 보아 한국의 황칠이 그때 일본으로 많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황칠의 특성으로 보아 황칠 유물이 국내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법 한데, 박물관의 수장고 등을 뒤져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00년 전 신라의 황칠 덩어리가 실제로 확인됨에 따라 황칠로 제작한 유물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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