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풍자와 해학

고교 급훈이 ‘2호선을 타자’?…이색 아이디어 만발

Sosahim 2007. 3. 8. 16:01

 

 

‘2호선을 타자’ ‘아침 먹고 오세요’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 ….

서울 모 여고 2학년 담임을 맡은 A교사는 7일 학생들을 상대로 새학기 급훈을 공모했다. 학생들이 적어 낸 급훈 후보작을 살펴본 A교사는 달라진 세태를 절감했다. ‘근면, 성실, 정직’ 등 무겁고 추상적인 단어로 채워졌던 과거 급훈과 달리 학생들의 아이디어엔 톡톡 튀는 개성이 반영돼 있었다.

가장 먼저 A교사의 눈길을 끈 급훈은 ‘2호선을 타자’. 지하철 2호선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건국대 등 주요 대학에 꼭 합격하자는 의미다. 공부도 좋지만 건강을 챙기자는 뜻의 ‘아침 먹고 오세요’, 수업 시간에 집중하자는 의미가 담긴 ‘눈을 떠라 칠판을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뜻의 ‘포기란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다’ 등 재치가 번뜩이는 후보작이 많았다.

대학 진학을 앞둔 터라 공부와 관련된 기발한 급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10분 더 공부하면 배우자가 바뀐다’ ‘넌 엄마가 보고있는데 잠이 오냐’ ‘연습만이 살 길이다. 10시간 서울대, 8시간 연세대, 7시간 이대’ 등 직설적인 표현도 있었다.

이 밖에 ‘우주 정복’ ‘담배가 한갑이면 공책이 두권이다’ 같이 황당한 글도 눈에 띄었다.

일방적으로 급훈을 정하던 관행을 버리고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학교가 늘면서 학생들도 새학기가 시작될 때면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에 ‘재미있는 급훈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A교사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급훈이 학생들의 의식 변화와 급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