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치마길이가 너무 짧아요. 경범죄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미니스커트 단속반이 떴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경찰관이 30㎝ 자를 들고 지나가는 아가씨의 치마 밑에 들이댄다.
느닷없는 풍경에 당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어리둥절하지만 웃음꽃이 핀다. 광주광역시 동구청이 70년대의 옛날 거리 풍경을 추억하는 ‘광주충장로축제’를 앞두고 펼친 맛보기 행사의 하나다.
1960년 영국에서 태어난 미니스커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67년.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가수 윤복희가 자신의 독집 음반 ‘윤복희 스테레오 제1집’의 재킷 사진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섰던 것. ‘월남치마’에 익숙해 있던 국민들에게 미니스커트는 충격이었다. 처음으로 미니스커트 패션쇼가 열렸고, 이듬해 윤복희 주연의 영화 ‘미니아가씨’가 개봉됐다.
미니스커트는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급기야 1973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됐다. 무릎 위 20㎝. 그 마지노선을 두고 경찰관과 멋쟁이 아가씨들의 술래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여자들의 ‘과다노출’을 국가가 관리하던 풍속도는 디스코와 장발, 통행금지, 통기타와 함께 시대를 대변하는 코드였다. 먼 미래의 언젠가는 긴 치마를 입은 여성이 오히려 유행에 뒤떨어진다며 단속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입은 치마길이가 궁금한 여성은 10월 9일부터 열리는 ‘광주충장로축제’에 가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와 하늘색 정복을 입은 촌스런 경찰들이 ‘자’를 들고 맞이할 것이다.
70·80년대를 재연하는 추억의 축제는 10월9~14일 충장로 일대에서 각종 체험행사, 공연과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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