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 중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레드카드, 11년전 영국에서는 ‘사형 집행’을 3번이나 받고서야 ‘숨을 거둔’ 선수가 있었다.
이름하여 ‘레드카드 3진아웃’ 스토리다. 1997년 11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디비전(1부리그) 애버딘과 던디 유나이티드의 경기. 전반 1분만에 경고를 받았던 애버딘의 공격수 딘 윈다스(39·헐시티)는 전반 22분 수비수와의 몸싸움 도중 다시 한 번 경고를 받아 퇴장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조용히 경기장을 물러나야 할 윈다스는 주심 스튜어트 두갈에게 욕설을 퍼부어댔다. 깐깐한 성격의 두갈 주심은 다시 한 번 레드카드를 빼든다.
결국 경기장을 나서게 된 윈다스. 그의 ‘장렬한’ 최후에는 추가 레드카드 한 장이 함께 했다. 퇴장 도중 분을 참지 못한 그는 코너킥 지점의 깃발을 빼들어 경기장으로 집어던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레드카드 3장은 경기 후 어떻게 계산이 될까. 윈다스는 이날의 난폭한 행위로 벌점 22점에 6주간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출전시간 1분당 벌점 1점을 맞은 셈이다.
애버딘은 이날 0-5로 완패했고 로이 아이트켄 감독은 곧바로 경질됐다. 부진한 성적으로 해고되는데야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황당한 경기를 끝으로 팀을 떠난 기분은 씁쓸했다.
이것이 악연이었을까. 전도 유망했던 아이트켄 감독은 이후 애스턴빌라의 임시 감독직을 맡긴 했으나 다시는 감독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리즈, 스코틀랜드 대표팀, 버밍엄시티 등에서 코치로 지내고 있다.
애버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로 오기 전 명성을 쌓았던 팀으로 78년 이후 8년간 리그 3회, 스코티시컵 4회, 유러피언컵위너스컵 등을 제패, 세상에서 가장 독과점 성격이 강한 스코틀랜드의 올드펌(셀틱과 레인저스를 지칭) 독재를 종식시킨 것으로 유명했지만 퍼거슨 시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윈다스 사건은 애버딘 몰락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간단치가 않다. ‘한 성질’하는 그의 성격은 은퇴를 앞둔 최근까지도 꺾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미들즈브러에서 프리미어리거로 지내기도 한 그는 서른 아홉이 되도록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헐시티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아니 여전히 열혈이다.
지난 2006년 9월 첼턴햄과의 경기에서 상대팀의 존 피니건과 몸싸움 도중 피니건의 고환을 잡아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날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정한 페어플레이의 날이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더욱 황당한 쪽은 피해자 피니건이었다. 난데 없는 더티플레이에 윈다스의 행위를 저지하려 그의 팔을 뿌리치는 순간 피니건은 주심으로부터 퇴장 처분을 받았다. 축구장에 어디 신문고 없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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