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벌새는 제트기보다 빨라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도 사랑의 힘을 빌리면 그 빠르다는 제트기보다 빨리 날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남서부에 서식하는 안나벌새 수컷은 암컷에 구애할 때 곡예에 가까운 급강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묘기를 부릴 때의 몸집 대비 속도는 지구상 동물 중에서 최고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10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크리스토퍼 클락 박사는 크기가 10cm 안팎인 안나벌새가 낙하할 때 최대 시속 80km의 속도를 낸다면서 이는 1초 당 자기 몸 크기의 383배를 이동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때의 중력가속도(G force)는 전투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무리 훈련된 전투기 조종사라도 이런 경우엔 대부분 의식을 잃고 만다고 클락 박사는 덧붙였다.

클락 박사에 따르면, 안나벌새는 상하 회전운동으로 탄력을 받은 뒤 양 날개를 몸에 밀착해 이같이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다가 땅에 곤두박질 치기 직전 갑자기 날개를 쭉 뻗어 급상승하면서 곡예를 마무리한다.

클락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초고속 디지털 카메라로 안나벌새의 낙하 과정을 촬영, 매 순간 마다의 속도와 가속도를 정확히 측정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는 안나벌새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 내는 소리가 목의 울대가 아닌 꼬리 깃털에서 나는 것이라는 작년 연구의 후속판으로서 영국 학술원이 발행하는 저널 '프로시딩스 오프 더 로열 소사이어티 B' 최신호에서 발표됐다.

그런데 안나벌새는 왜 이렇게 위험천만한 구애행동을 하는 것일까? 찰스 다윈식 진화론으로 풀이하자면, 안나벌새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곡예에 성공함으로써 자신이 최상의 조건을 가진 건강한 수컷임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