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식물

새콤한 빨간열매 산수유의 효능

Sosahim 2010. 1. 9. 19:52

 

 

경문왕은 신라의 48대 임금이다. 그의 귀가 당나귀의 귀만큼 커서 항상 복두를 쓰고 벗지 않아, 이 비밀을 아무도 몰랐지만 다만 한사람 복두장이만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누설할 수 없는 비밀을 가슴에 품고 살자니 병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된 복두장이는 백약이 무효했다. 다 죽게 되었을 때 도림사 뒤켠의 대밭에 들어가 배창자가 아프도록 한바탕 웃고 나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의 귀!"라고 시원하게 터뜨리고 죽었다고 한다.

그 뒤부터 바람만 불면 대나무들이 아우성을 질러댔다고 한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의 귀!"라고.

그래서 격노한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조리 뽑아 버리게 하고 그 대신 그 곳에다 산수유 나무를 심게 했다고 한다.

산수유는 이른 봄철에 노란 꽃을 화사하게 피웠다가 늦가을에 빨간 열매로 익는다. 열매가 닭발 같아서 '계족'이라고도 하고 약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해서 '약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맛이 새콤하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그래서 몸이 찬 체질이나 몸이 더운 체질이나 가릴 것 없이 두루 들어도 좋은 약이다.

산수유는 새콤하기 때문에 간에 좋다. 그래서 눈이 침침하고 어지럽거나 메슥거리거나 피로할 때 좋다.

산수유는 신기능 강화에도 좋다. 그래서 이명이 심하거나 허리가 새큰거리고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아플 때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수유를 "살찌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정액을 보충한다"고 했다. 대단한 강정제라는 것이다.

산수유는 수렴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땀이 주체 못할 만큼 흐를 때, 냉과 월경이 주체 못할 만큼 나올 때, 설사가 주체 못할 만큼 잦을 때, 소변이 주체 못할 만큼 나오거나 혹은 정액이 주체 못할 만큼 저절로 흐를 때도 좋다.

대낮에도 작은 자극에 저절로 정액이 흐르는 유정 때나 잠자면서 꿈에 성적인 동요를 일으켜 정액을 저절로 흘리는 몽정 때, 특히 조루증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산수유는 식욕을 촉진한다. 새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기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 어린이에게도 좋고, 성장이 더딘 어린이에게 좋다. 또 감기 예방이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아토피 체질의 어린이로 피부가 건조하면서 눈을 비벼대고, 코를 비벼대며, 콧물을 흘리거나, 코가 마르다 못해 코딱지가 생겨 자꾸 코를 후벼 파고, 그러다가 코피도 잘 흘리고, 입술도 말라서 자꾸 입술 껍질을 손으로 잡아 뜯기도 하고, 누웠던 자리가 더워지면 데굴데굴 굴러 찬 데 가서 자려고 하고, 땀이 나도 머리 쪽에서 땀이 더 많이 나거나 자는 모습을 보면 마치 머리를 감겨 놓은 것처럼 젖어 잘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도 필수적으로 먹어야 할 약재가 바로 산수유이다.

흔히 산수유를 끓여서 차처럼 마시는데 어린이의 식욕 증진이나 성장 촉진에는 차로 끓여 마셔야겠지만 성인의 경우에는 술을 담가 마셔도 좋다.

예로부터 산수유로 술을 담가 마시면 만병의 근원이라는 감기에 그만이라고 한다. 감기 초기 증상이 있으면서 약간의 미열을 느낄 때 좋다. 따끈하게 데운 산수유술 한 컵에 계란 1개를 잘 풀어 각반해서 넣어 마시고 땀을 내면서 한잠 자고 나면 감기도 풀리고 피로까지 풀린다.

감기 초기 증상일 때만 좋은 게 아니다. 감기 회복기에 감기 기운은 가신 듯한데 허리나 무릎이 시큰거리고 맥이 없을 때는 산수유술을 한 잔씩 마신다. 다소 남아 있던 미열도 가시고 감기로 지쳐 무기력한 몸에 활력을 준다.

산수유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혹은 술을 담글 때는 씨를 빼야 한다. 동의보감에 "산수유의 씨는 정액을 저절로 나가게 하므로 빼고 써야 한다"고 했다. 산수유로 술을 담가 마시려고 할 때 씨를 뺀 과육 100g에 소주 1리터를 붓고 1개월 가량 숙성시켜 여과해서 건더기를 버리고 술만 받아 가 정상비약으로 놓아두면 다급할 때 쓸모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