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인류 시작전부터 존재했다. 역사가 시작된 뒤에는 인류와 함께 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다. 인간은 나무를 이용했다. 때로는 감상의 대상으로, 때로는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인간의 문화에 엮여 특이한 운명을 맞은 나무들도 있다. 어떤 나무는 인간들의 사법체계에 휘말려 ‘감옥’이 되기도 했다. 인간과 함께 우주에 다녀온 나무도 있다. 인간으로 인해 ‘기묘한 운명’에 말려든 세계의 이색 나무들을 소개한다.
■美 캘리포니아 '샹들리에'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 레깃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나무 공원에는 높이 96m의 특이한 삼나무가 있다. 나무 줄기에 가로 1.83m, 세로 2.06m의 구멍이 뚫려 있다. ‘드라이브 스루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이 구멍은 1930년대 만들어졌다. 당시 홍보업자들은 관광객들을 이곳 삼나무숲에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나무 몇 그루의 밑둥에 구멍을 파 자동차들이 통과하게 했다. 이 시도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환경파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발’과 ‘환경보호’의 가치가 충돌하던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호주 '보압 감옥 나무'
서호주 더비 남부에 있는 호주 바오밥나무 종이다. 줄기가 속이 텅 빈 구체 모양으로 형성된 특이한 나무다. 1500여년 묵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는 19세기 무렵 원주민 죄수들을 가둬두는 곳으로 사용됐다. 당시 죄를 지어 체포된 원주민들은 사슬에 묶인채 오지를 지나 더비의 법원에 가야 했다. 이송 도중 밤이 되면 이곳을 임시 감옥으로 이용했다.
원주민들에게 이 나무는 신성한 존재이자 조상의 유골과 영혼의 안식처로 알려져 있다. 널찍한 내부는 식품저장실이나 오두막, 회관, 교회 등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관광객들에게 흘러간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추억의 아이콘’이 됐다.
■'문 트리'(우주비행사 나무)
우주비행사라고 다 인간이란 법은 없다. 이제까지 겨우 12명의 인간이 달 여행에 성공했다. 반면 나무들 중에선 450여그루가 달 여행에서 살아남았다.
1971년 아폴로 14호의 비행사 스튜어트 루사는 5종의 서로 다른 나무들로부터 수백개의 씨앗을 채취해 달로 가져갔다. 미국 산림청이 벌인 연구의 일환이었다. 씨앗들 대부분은 지구로 돌아온 뒤 싹을 틔웠다. 이를 통해 식물의 씨앗이 우주로 나가도 생육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들 ‘문 트리’들은 지구로 돌아온 뒤 미국의 각 주에 심어졌다. 미국소나무종 한 그루는 백악관에 심겨지기도 했다. 브라질, 스위스, 일본에 건너간 나무들도 있다.
■日 '기적의 소나무'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에 있는 높이 26.8m의 소나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이 일대 나무 7만 그루가 죽었지만 이 나무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나무는 1896년과 1933년 일어난 대규모 쓰나미에서도 생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쓰나미조차 이겨냈지만 시련은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재해 이후 육지의 소금기가 진해지는 등 환경 변화가 일어나자 나무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했다. 주민들은 재앙에도 꺾이지 않았던 이 소나무를 자신들과 동일시했기에 크게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최근 고사한 나무에 버팀구조물을 덧대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지와 모형 잎을 달아 ‘충혼비’로 만들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인조인간’이 된 것이다. 이 소나무 충혼비는 향후 동일본 대지진으로 희생된 1만9000여명을 기리는 장소가 될 예정이다.
■스스로를 소유한 나무(The Tree That Owns Itself)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 있는 흰 떡갈나무다. 독특하게도 스스로에 대한 법적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이 나무는 제임스 잭슨 전 조지아주지사의 아들 윌리엄 잭슨 대령의 재산이었다. 잭슨은 어린시절 이 나무에서의 추억이 많아 나무를 각별히 아꼈다. 그는 자신의 죽음 뒤에도 이 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으며 죽기 전 이 나무에게 스스로에 대한 소유권과 나무에 접한 약 5㎡ 이내의 땅을 물려주는 증서를 남겼다.
원래 나무는 1942년 죽었지만 도토리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 같은 위치에 심어졌다. 이 나무 역시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스스로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안네의 나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밤나무다.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유태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나치로부터 숨어 지내던 시기, 이 나무를 보며 위안을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네는 일기에서 나무를 이렇게 묘사됐다. “매일 아침 난 내 폐에 있는 갑갑한 공기를 날려버리려 다락방에 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곳에서 난 푸른 하늘과 앙상한 밤나무를 올려보곤 한다. 나무의 가지엔 은처럼 빛나는 빗방울이 맺혀있고 갈매기와 새들은 바람에 미끄러지듯 날아든다. 이것들이 존재하는 한, 나는 이것들을 보기 위해 살아남을 것이다. 이 햇살과 구름없는 하늘, 이것들이 있는 한 난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2010년 태풍에 꺾여버린 뒤 보존책임을 두고 사람들 사이에 마찰을 불러왔다. 나무의 보존책임을 맡은 재단과 보조철골 제작업자 간에 책임 공방이 오가면서 사후처리는 엉망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한때 희망의 상징이던 안네 프랑크 나무가 지금은 이를 둘러싼 사람들간의 분쟁이 심해지면서 안좋은 기억으로 남게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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