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세상속으로

여성 모델들의 집단 누드 퍼포먼스

Sosahim 2006. 3. 29. 06:47


 

여성 모델들이 벌이는 장시간의 집단 누드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 본연의 모습을  중성적 이미지로 담는 바네사 비크로포트(Vanessa Beecroft)

 1969년 이탈리아 제노아 출생인 그녀는 주로여성 모델들이 등장해 벌이는 집단 누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장, 가발, 하이힐 등으로 치장한 누드 모델들이 장시간 포즈를 취한 끝에 피로에 지쳐 쭈그려 앉거나 눕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중성적으로 선보인다.



 



그녀는 모델을 고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그 너머의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여성 모델이 연기를 하는 중이라는 설정은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조되면서 그 자체로 작품을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된다.

 가죽 부츠나 종아리까지 끈을 묶는 하이힐, 주요 부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작은 천조각이나 심지어 음모를 제거한 채 드러난 성기, 8등신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포르노와 광고 사진을 섞어놓은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은 찰나의 아름다움보다는 두 시간이 넘게 지속되는 긴 퍼포먼스의 흔적을 주시한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전문 모델이나 친구 등 자원 봉사자로 구성되며 그들을 일정 공간에 세워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델들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배치되지만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는다.
그녀가 주문하는 것은 단지 섹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델들은 서 있다가 다리가 아프면 바닥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인위적인 질서 속에서의 자연스러움이다.
바네사 비크로포트는 이 순간을 주목하며  자신이 추구한 독특한 개성을 얻게 된다고 한다.




 

 

완벽한 조명과 인위적 표정으로 조작된 한 순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한장의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추어진 피곤함과 불편함을 부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작품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조각이자 퍼포먼스이며 움직이는 회화로서의 사진과 비디오이다.

 그녀에게 몸은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G8수뇌회담이 열렸던 제노아의 듀칼레 궁전에서의 퍼포먼스는, 이 지역 출신인 그녀의 방문을 언론에선 귀향이라 표현하며 반겼으나 바네사 비크로포트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며 흑인 모델들을 선택했다.
 이는 당시 제노아를 떠돌며 사회 문제로 주목받던 나이지리아 이만자들을 상징한다.
 백인 남성의 힘과 권위의 공간이던 듀칼레 궁전에서 아슬아슬하게 성기를 가린 흑인 여성들이 등장하는 퍼포먼스는 남성/여성, 백인/흑인과 같이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내는 모든 차별을 거부하는 작품이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몸과 사회 인식 사이의 상관 관계를 보여준 작품.
  친구, 예술대학 학생, 거리에서 캐스팅한 매력적인 여성으로 구성된 32명의 자원모델은 옷을 입은 나이든 여성부터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젊은 여성에 이르기까지 긴 테이블에 앉아  있고 베이지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색색의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한다.
  음식은 색깔별로 제공되며 장장 5시간에 걸친 긴 퍼포먼스에서 모델들은 그 음식을 먹을 것 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한다.
  이는 거식증에 시달리던 작가 자신의 식사 일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날씬해져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10년 동안 자신이 먹은 것을 모두 기록한 "푸드북"을 작성해 왔고 심지어 임신했을 때도 매일 수영과 에어로빅으로 몸매를 가꿨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보이지않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바네사 비크로포트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루이비통의 <러기지 라운지>
  

그녀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구겐하임과 두칼레 궁전, 빈의 쿤스트할레 등
유명 장소에서 수십회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가졌으며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퍼포먼스 - 영어로 행위, 동작 등을 의미하는 말이나 1960년 전후로 특히 라우센버그나 제스퍼 존스 등의 작가들이 스튜디오에 자신의 작품이나 오브제 등을 장치해 놓고 무용가 등과 어울려 춤추듯 하는 행위를 지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