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예수 실존 여부 가리는 재판 열려
예수의 실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실정법적으로 가리려는 재판이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안을 법적으로 재단하려는 이 이색
재판은, 지난 2002년 무신론자인 루이지 카쉬올리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엔리코 리기 신부를 상대를 근거없는 주장으로 혹세무민한다며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루이지 카쉬올리는 무신론자이다.
그의 고발
요지는 다음과 같다.
로마 카톨릭 교회가 실존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예수라는 인물을 내세워 사람들을 기만하고
이득을 챙겼다는 것.
그는 예수의 실존을 입증하는 자료로 흔히 인용되는 복음서들이 서로 모순되거나 오류로 가득차 있을 뿐
아니라 당시의 다른 관련 자료들도 희박하고 학문적으로 입증될 수 없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그는 예수가 실존했는지 여부를 가릴 수 있도록
역사 전문가들을 선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예수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선 학계에 아무런 반론이 없다.
다만, 예수의 행적과 그의 최후에 기록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돼 왔다.
그 의문점의 핵심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경고: 아래의 논지들은 모두 해외에서 출판된 서적을 바탕으로 씌여진 것으로 본 기사는 단순히
이들 출판물들의 주장을 소개할 뿐입니다. 아래 논지와 관련해 본 기사는 그 어떤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1. 유다에 대한
기록
아르헨티나의 세계적 작가 호르헤 보르헤스는
그의 단편, "유다에 관한 세가지 다른 이야기"에서 유다에 관한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유다는 원래 예수를 가장 열렬히, 가장 충직하게 섬겼던 인물로 기록에 남아 있는데, 왜 갑자기 겨우 은화
30냥에 자신의 '주군'을 원수와 다름 없었던 로마군에게 팔아 넘겼느냐는 의문이다.
이 의문에
대해 보르헤스는 3가지 해석을 내놓는데, 세번째 해석이 가장 충격적.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예수가 유다를 배신했다는 설이다. 유다는 예수를 자신의 유대 민족을 해방시켜 줄 구원자로 보았으나, 실상을 알고 보니 예수는
유대민족이 아닌 전세계 모두를 구원하러 온 '신의 아들'이었던 것.
로마의 압제로부터 유대민족의 해방을 갈구했던 유다는 극심한
절망에 빠졌고, 결국 예수를 파멸의 길로 밀어 넣었다는 것.
사실 유다에 대한 이런 해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18-19세기부터 작가들 사이에 유다의 정체성에 대해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들은 대부분 유다가 파렴치범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던
주체적 인간이었다고 결론내렸다.
게다가 최근엔 교황청 학자들마저 유다의 불명예를 씻고 '복권'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다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를 고난의 길로 인도를 한, '하늘의 뜻을 이행한 사자'라는 해석 때문이다. 이브를
유혹해 사과를 먹인 뱀이 사실은 인간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하기 위한 '하느님의 뜻'이었다는 견해와 일치하는 입장이다.
이런 유다에 대한 다른 관점은 예수의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2. 예수는 유대민족의 독립 투사?
유다에 대한 해석에서
예수가 원래 '유대 민족의 해방자'로 인식됐다는 점은 알려진 바 있다.
20세기의 학자와 작가들은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예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유대 민족의 해방자였고, 이런 예수의 이미지를 로마 제국이 왜곡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 논지를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학자가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였다.
마빈 해리스는 그의 저서,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 The Riddles of Culture)"에서 예수는 유대인들을 위한 독립투사이자
지도자였으며, 성경에 나타난 것과는 달리 평화를 지향하는 인물도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수를 상당히 폭력적인 독립
투사로 묘사했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마지막 장에서 예수의 정체성에 관한 매우 충격적인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예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지도자였으며, 그의 존재는 당시 가자 - 중동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
제국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로마 제국은 식민지 지배를 유지하려면 예수를 제거하거나 회유해야 했는데, 로마 식민지
지배자들은 그보다 먼저 역사 조작을 기획한다.
로마는 예수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
믿음, 소망, 그리고 평화를 강조하는, 모든 인류를 구원하러 온 구세주로 둔갑시키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로마는 계획대로 예수를 제거하고 유대인들로부터 격리시켰으며 사랑 믿음 소망의 예수 신앙을 로마 제국 및 식민지의 종교 이념으로 뿌리내린다.
이 계획에 앞장 섰던 인물이 사도 바울이었다고.
3.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지
않았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으며, 부활하지도 않았다는 설은 1982년 발간된 "성혈과 성배(Holy Blood Holy
Grail)"이라는 책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 됐다.
"Holy Blood Holy Grail"
82년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왔으나 기독교 측의 강력한
반발로 판매가 중단됐다가 2005년 다시 "성혈과 성배"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됐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베이건트(Michael Baigent), 헨리 링컨(Henry Lincoln), 리차드 리(Richard
Leigh)는 10년간 프랑스 유물과 역사를 조사한 끝에, 예수가 사실은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서 매달려 죽은 게 아니라, 로마
제국과의 합의에 의해 자신의 죽음을 미화시키고, 유대인들을 저버린 채 프랑스로 망명을 했다는 주장을 편다.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었으며, 로마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가족들과 프랑스로 망명,
골(gaul) 지방에 정착한 뒤 은둔 생활을 하며 80세를 넘게 살다 죽었다고.
이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 세계는 논란에 휩싸였고, 한국에도 이 책의 내용이 당시 주요 언론, 조선, 동아, 중앙, 부산일보 등에
소개된 바 있었다. (1982년 2월 20자)
이러한 내용은 최근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에서 '재활용'되는데, 이 책의 상당 부분이 "성혈과 성배(Holy Blood Holy Grail)"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저작권 소송까지 일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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