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사는 도롱뇽 - 올름 |
▲ 올름,Olm |
유럽에서 살아남은 단 한 종은 1744년에 ‘바론 발바소르’에 의해 발견된 올름. 올름은 슬로베니아 산맥의 거대한 동굴을 피신처로 삼아 살고 있었는데, 모습이 너무 기이해 생물학자들은 장구한 세월을 살아온 공룡이라고 추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석회석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은신하며 100년 동안 살아가는 분홍빛 양서류인 올름. 까마득한 연대를 살아 온 올름의 생명력이 놀랍다. <경이로운 생명>의 저자인 생물학자 ‘팀 플래너리’의 올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는 이렇다.
"작은 유리병에 담긴 채 섭씨 6도로 유지되는 냉장고에 12년 동안 방치된 올름이 한 마리 있었다. 나중에 꺼내보니 그것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해부를 해보니 소화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올름은 100년을 산다고 한다. 동굴의 차가운 물에서 거의 먹지도 않고 살아가는 동물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바깥에 비가 내릴 때 흐름만 약간 바뀌는, 밤도 낮도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백년, 즉 36,500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피해야 할 적도 없으므로 거의 방해받지 않은 채 세월을 견디는 것일 뿐이다. 올름은 그저 멸종 대신 망각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책 속에서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형태의 진화, 그것은 생명의 경이로움
각자 처한 극한의 환경에 따라 저마다 가장 독특하게 진화해 온 생물들이다 보니 생존전략상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보기 흉한 모습이다. 또한 가장 기이한 것들이다. 살아가는 방법도, 먹이 섭식이나 짝짓기 등도 이제까지 우리가 만나오던 생물들과는 전혀 다르다. 생물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우습게 깨뜨리고 있다고 할까? 하나하나 이렇게 다양하고 놀랍고 특이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독특하고 경이로운 동물 중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것들도 많아 안타깝다. 장구한 세월, 극한의 환경에서도 당당히 살아온 이들이건만 이들 대부분은 인간의 눈에 띄면서 곧 멸종의 위험에 처하고 마는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난 흰우카리의 표정은 인간의 오만을 묵묵히 삭히는 듯 슬퍼 보인다.
<경이로운 생명>은 동물학자인 저자의 간결하지만 명확한 설명이 긴 글보다 훨씬 실감 있게 전해진다. 그림도 야생동물만을 그리는 화가가 생물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포착하여 생동감 있고 매력 있게 표현하고 있어서 글과 조화를 잘 이룬다.
동물학자의 생태계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 사라져 가는 서식처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날카롭다. 그럼에도 신기한 동물들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설명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 느끼는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동물들이? 오! 놀라워라!
▲ 흰우카리, White uakari-가장 경이로운 동물 중 하나다. 얼굴도 귀도 인간을 닮았고 발까지 이어지는 하얀 털은 하얀 옷을 입은 사람과 비슷하다. 살아가는 모든 면이 젊잖고 신중하다. |
▲ 나무수염아귀,Illuminated netdevil-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두꺼비'라는 뜻의 학명을 가졌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에 살면서 발광기관이 유독 발달한 아귀 몇종을 책속에서 만날 수 있다. 아래에 붙어 있는 것은 수컷인데 평생을 암컷에게 붙어 살아간다. |
가장 극한 상황에 종을 번식시킬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었을까?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독특한 진화는 장구한 세월 속에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아귀들은 왜 그렇게 흉한 몰골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아이’와 ‘긴꼬리트리오크’는 나무에 구멍을 뚫는 벌레를 주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기원이 전혀 다른 이들이 같은 먹이를 찾아 먹다보니 손, 이빨, 꼬리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다. 또 같은 먹이를 주식으로 삼다 보니 포유류, 새, 바다동물이란 생태가 다름에도 비슷하게 진화해오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읽어나가면서 조금만 더 관심 두다보면 재미있는 추측까지 얼마든지 가능한 책이다.
이 경이로운 책은 생명-짧은 연대기, 자연환경, 먹이와 섭식, 특이한 서식지에 살거나 형태를 바꾸는 동물들 등 모두 일곱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의 세계가 저마다 놀랍지만 간략하게 몇 종만 소개해보면 이렇다.
▲자기 몸집에 비해 꼬리 깃털이 세상에서 가장 긴 흰긴꼬리풍조나 길이의 두 배가 넘는 기다란 눈썹을 갖고 있는 기드림풍조 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조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 고원을 어슬렁거리는, 설인(雪人)으로 불리는 황금납작코원숭이 ▲어둠의 심해를 누비는 은색 상어의 거대한 입 ▲조용하고 점잖지만 얼굴이 새빨갛기 때문에‘술 취한 영국인’이라 불리는 흰우카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순한 딩기소 ▲어른 엄지손톱에 네 마리나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서류인 애기맹꽁이 ▲평생 잠을 자지 않는 인더스강의 돌고래 ▲앞발을 권투선수처럼 휘두르는 비단개미핥기 ▲깊은 해구에 사는 상상도 못할 여러 동물들...
소개되고 있는 97종의 생물들은 저마다 '가장 독특한' 자기만의 진화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소개되는 모든 동물은 생태적으로 공통되는 특징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들이 가진 장구한 세월에 걸친 진화의 비밀, 그것들은 무엇일까? 책을 덮고서도 의문과 호기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책에서 만난 생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이 책을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통하여 한두 번쯤 만난 적이 있는 이야기려니 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평소 생물생태계에 관심을 많이 두던 나의 상식과 상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이들과 다투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끝없이 펼쳐지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무엇에 홀린 듯 빠져들며 읽었다면 믿을까? 이 책은 순수한 즐거움은 물론 불가사의하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석과 같은, 한 번 만나면 계속 펼쳐보고 싶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 빨강부치,Starry batfish는 보통 물고기처럼 헤엄도 칠 수 있지만 다리처럼 생긴 4개의 아가미로 걸어다니는 딱딱한 물고기다. |
▲ 채찍용물고기,Whip dragonfish-최대 몸길이는 20센티, 그러나 긴 수염은 1.5미터에 달해 이런이름을 얻었다. 먹이잡이에 사용하는 듯한 긴 채찍, 그러나 먹이가 달아나기전에 먹을 수 있을까? 발광기관도 독특, 많은 수수께끼를 갖고 있는 생물중 하나다. |
▲ 물까치라켓벌새,Marvellous spatulettail-세계에서 꼬리깃털이 딱 4개인 종은 이것뿐. 이 독특한 꼬리깃털 끝은 무지개빛으로 화려한 부채같다. 짝짓기가 끝나면 버리는 과시용 깃털을 가진새도 있건만 이 벌새는 평생을 달고 살아간다. 이 꼬리를 달고 살아가자면 에너지도 많이 소모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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