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하는 ‘마음이…’는 마음이란 개와 어린 남매 찬이(유승호) 소이(김향기) 간의 가족보다 끈끈한 정을 다룬 영화. 당연히 주연 중 하나는 충무로 최초의 ‘연기견’으로 기록될 네 살짜리 암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달이’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순하고 성실해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나 마약탐지견으로 자주 활용된다.
영화에서 달이는 금방 눈물을 쏟을 듯한 표정, 어처구니없는 표정 등 훌륭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사 측에서도 시사회장에 달이를 데리고 나와 달이 ‘스타 만들기’에 열중했다.
국내 각종 경연대회를 휩쓸었던 달이의 주인 김종권 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개 주연 영화 제작 사실을 접했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우리 달이뿐’이라는 생각에 오디션을 보게 했다고 한다.
그가 밝힌 달이의 연기 비결은 ‘왕성한 식탐’. 주인공 찬이가 기차를 타고 떠날 때 기차를 따라 뛰어가는 장면에서는 김 씨가 닭다리를 들고 기차에 타서 그 냄새를 맡고 따라오게 했다. 그 밖에 많은 장면들이 소시지나 오징어 아이스크림의 힘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노숙하는 찬이에게 신문지를 덮어주는 모습은 신문지를 가져오는 동작, 가져와서 엎드리는 동작, 머리를 내리는 동작을 따로따로 연습한 뒤 동작을 연속으로 이어가도록 했다.
주연 ‘여배우’인 달이를 위한 배려도 최고 수준이다. 스타렉스 전용차량에다 자동차 바닥엔 카펫을 깔았고 조용히 쉴 수 있도록 창문에는 커튼을 쳤다. 차량 리모델링 비용만 500만 원이 들었다. 달이는 촬영 분량이 조금만 많아도 다음날 충분히 쉬게 했고 셰퍼드와 벌이는 싸움 장면은 달이의 새끼인 수컷 짱이가 대역으로 연기했다. 단 셰퍼드에게 물리는 장면은 가짜 개 모형으로 찍은 것.
달이는 몸값이 1억 원에 달하는 명견이다. 영화 출연료는 약 50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개 출연료 치고는 많아 보이지만, 달이의 주인 김 씨가 본업인 회사 경영을 포기하고 1년을 꼬박 촬영에 매달려야 했다는 점도 감안됐다.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그리는 영화는 아동 혹은 가족영화가 부실한 한국 영화계에서 분명 개척해야 할 분야다.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은 그동안 외국에 의지해왔기 때문이다.
개와 인간의 우정을 그린 '마음이…'는 올 여름 선보인 말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각설탕'과 함께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그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을 쉽고 말랑말랑하게 전달하고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이제 이 같은 가치는 일부러 들춰내고 조명해야 하는 그 무엇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11살 찬이와 6살 소이는 고아나 다름없다. 아빠는 하늘나라에, 엄마는 소식을 끊은 채 다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찬이는 소이의 생일 선물로 강아지 한 마리를 훔쳐오고, 소이는 '마음이'라 이름 붙인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1년여를 보낸 셋은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소이가 세상을 뜨면서 불행에 빠진다. 찬이는 소이의 죽음을 마음이 탓으로 돌리고 엄마를 찾아 집을 떠난다.
2002년 '집으로…'로 스타덤에 오른 유승호(13ㆍ인천계양중 1학년)가 찬이를 맡아 올해 다섯살인 개 '달이'와 호흡을 맞췄다. 일찍부터 사람처럼 말을 알아듣는 재능을 보인 달이는 미국에 인명구조견으로 갈 준비를 하던 중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이 둘의 연기는 모자람 없이 화면을 채우고, 둘 사이의 호흡 역시 자연스럽다. 여기에 CF계의 꼬마 스타 김향기(6)가 소이 역을 맡아 깜찍한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세 배우는 모두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이 영화가 타깃으로 삼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마음이…'는 이런 부류의 영화가 걸어가는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새롭지는 않다. 또 어차피 그런 길을 택했다면 더욱 깔끔하고 정갈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집을 나온 찬이가 겪는 밑바닥 생활 묘사에서는 의도하는 바는 알겠으나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투박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그대로 맛이 되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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