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미국 플로리다 리스버그시에서 21살 어린 엄마가 유서를 남기고 권총자살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돼 홀로 아이를 키우던 한국계 여성 멜린다 더켓(한국이름 이미경)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25일 KBS2 `추적 60분`이 고인의 자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사건은 미경씨의 2살배기 어린 아들이 실종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미경씨는 "아이의 방에 들어갔을 때 창문이 열린 채 방충망이 뜯겨져 있었다"며 유괴를 주장했다.
경찰은 아이 엄마인 미경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방충망이 10인치 정도밖에 찢겨지지 않아 범인이 아이를 꺼내기 힘들다는 점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 등 때문이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미경씨는 아이 실종 2주만에 3통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한편, 미경씨의 자살 원인의 `주범`으로 현지 언론을 지목했다. 무책임한 선정적인 보도로 미경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미경씨 가족들 역시 CNN과의 인터뷰가 그녀를 사지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자살 하루 전 CNN 헤드라인 뉴스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와 인터뷰를 하고난 후 심한 괴로움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 언론인 낸시 그레이스는 출연자들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하기로 유명하다. 미경씨와의 인터뷰에서도 "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느냐" "아이가 납치될 때 당신은 어디있었느냐"며 심하게 몰아부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인터뷰 다음날 미경씨가 자살하자 낸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미경씨를 범인으로 예단한 미 언론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재미 언론인 김명곤씨는 방송을 통해 미 법원에선 증거 제일주의가 최우선임을 상기시킨 후 "증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어떻게 언론이 그럴 수 있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법조계 역시 이의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경씨 자살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상업적 이해관계에 급급했던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미경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한 이유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선 자살 전의 미경씨 행적들을 전했다. 카메라가 담은 유품 가운데엔 소중히 보관돼 있는 아기용품이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직까지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 무엇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 없이, 미경씨의 억울한 죽음만 선명히 남아 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미경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한편, 미 언론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엔 "방송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언론은 쓰레기"라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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