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식물

자작나무의 암(癌), 차가버섯

Sosahim 2007. 10. 11. 16:07

 

 

차가버섯은 살아있는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버섯입니다.

Inonotus Obliquus라 하는 차가버섯 균(菌)은 자작나무의 상처를 통해 자작나무 내부에 자리를 잡은 후 1~2m 길이의 뿌리를 만들어 자작나무의 수액과 플라보노이드 등을 먹고 자라납니다.

자작나무 내부에서 5~10년 정도를 성장한 후에야 비로서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의 껍질을 깨고 표면으로 돌출되어 나오며 이후 10~20년을 더 자라납니다.

 

위의 사진은 차가버섯이 자작나무 내부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아래 부분의 두 사진을 살펴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원의 내부와 외부의 조직이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원의 내부에 보이는 조직이 차가버섯이 자리를 잡은 부분이며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특히 오른쪽 사진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영역을 장악한 차가버섯 조직으로 인해 자작나무 원래의 조직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혹시 위의 사진을 보며 윗 부분의 차가버섯 사진과 아래쪽 사진의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시지는 않는지요?

물론... 제대로 된 순서의 사집입니다. 두 차가버섯은 자라난 시간도 비슷합니다.

차가버섯 외양만을 비교하면 왼쪽의 차가버섯이 월등히 크기도 크고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을 살펴보면 오히려 오른쪽의 차가버섯이 자리를 충실히 잡고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의 커다란 차가버섯의 경우 좀 더 편한 외부적 환경으로 인해 내부 조직보다는 외부의 조직이 쉽게 자라났으나 자작나무 내부의 핵심을 장악하지 못하다 보니 영양공급이 부실하고 이로 인해 차가버섯의 외부조직이 촘촘하지 않게 자라난 상태이며 영양분 함유량 또한 낮은 상태입니다.

보기엔 좋으나 오른쪽 차가버섯에 비해 부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이나 몽골 등에서 나는 차가버섯이 그 크기는 크나 영양분은 매우 부실한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차가버섯 균이 자작나무의 상처에 침투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쉽게 내부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올 경우 우리 몸은 이를 인식하여 면역체계를 이용, 세균과 전투를 벌이며 평소 면역력이 강하다면 이를 쉽게 이겨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질병에 걸리게 됩니다.

 

자작나무 또한 자신의 몸에 침투한 차가버섯 균과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자작나무는 식물의 자기보호물질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를 분비하는 방식으로 차가버섯 균에 대항을 합니다. 만약 이 싸움에서 자작나무가 패배를 하게 되면 이때부터 차가버섯은 자작나무 내부에 긴 뿌리를 두고 그 영양분을 빼앗게 되며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자작나무는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에서는 차가버섯을 ‘자작나무의 암(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자작나무와의 싸움에서 차가버섯이 항상 승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암세포가 자리를 잡기 힘들듯이 건강하게 자라난 자작나무에는 차가버섯이 자라나기 힘듭니다.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자작나무에서 차가버섯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차가버섯의 경우 주로 평지의 자작나무에서 발견되며 보통 수백그루의 자작나무 중 하나 정도가 발견됩니다. 또한 모든 자작나무에서 차가버섯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며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100여종의 자작나무 중 비교적 가지가 옆으로 늘어진 형태로 자라나는 Betula Pendula와 Betula Pubescens 에서만 주로 발견됩니다.

간혹 자작나무 한 그루에 한 개 이상의 차가버섯 균이 침투하여 자라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가 계속 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차가버섯 하나가 자라기 위해서는 자작나무 한 그루 전체의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개의 강한 차가버섯을 제외한 다른 차가버섯은 자라나기가 힘들며, 대신 하나의 강한 차가버섯은 자작나무가 죽을 때까지 그 영양분을 철저히 뽑아 먹습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암 치료를 위해 차가버섯을 드시고 계시는데 이러한 차가버섯 그 자체는 자작나무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지독하고 괴로운 암과 같은 존재이니 자연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차가버섯을 먹을 때마다 자작나무에게 감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