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기록을 경신시켜준 1m5cm 농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이동석씨
나라안 최고의 관광지이자 환상의 바다낚시터로 불리는 제주도에서 1m 5cm 대물 농어가 포획되었습니다. 최근 제주도는 농어가 본격 시즌을 맞아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1미터가 넘는 농어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동석씨의 조행기입니다.
평생 잊지못할 크리스마스 선물
성탄절이었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마칠 무렵, 평소 절친한 후배에게서 농어루어낚시를 하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3일 전에도 씨알 좋은 농어 두 마리를 낚아 충분히 손맛을 본 뒤라, 잊고 있었는데 낚시꾼의 마음이라는 것은 유난히 변덕스럽기 때문에 '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두근대고 설레이는 기분은 어쩔수가 없다.
온 세상에 축복이 내린다는 성탄절에 출조라는 게 왠지 모를 좋은 느낌을 갖게 했고 어느 방향으로 나서볼까 조우들과 주고 받는 이야기들 속에 벌써 대물농어 몇 마리를 낚은 듯한 야릇한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는 기분 좋은 출조길이었다.
최근 제주도는 농어 조황이 좋은 편이라, 기록어급 대물농어를 노려보자고 의기투합한 일행은 남제주권의 대정읍 영락리 해안도로를 탐색해 보기로 하고 출발했다. 포인트에 도착하고 나서 바다상황을 살펴보니, 파도도 적당하고 바람도 등 뒤에서 불어주는 상황이라 좋은 예감이 들었다.
초들물을 금방 넘긴 수위라 캐스팅을 반복하면서 조금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얕은 수심이라 전방 간출여들이 수면위로 보일동 말동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원투에 유리하고 잠행심도가 얕은 미노우를 골라들었다.
첫 캐스팅에 받은 입질 상상초월 파괴력 보여
제주도 갯바위 농어루어낚시를 하다보면, 포인트에는 이미 활성도가 높은 농어 무리가 들어와 있어, 캐스팅과 동시에 힛트되는 기분좋은 상황을 간혹 만나게 되는데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평소에 가까운 곳을 먼저 탐색해 보고 먼 곳을 노리는 습관이 있지만, 포인트의 여건상 아무래도 수면위로 희끗희끗 비치는 간출암들을 넘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로드 탄력을 최대한 살려 힘차게 첫 캐스팅을 날렸다. 미노우가 수면에 기분좋게 착수하자 조류 흐름과 세기를 읽어보려는 생각에 아주 천천히 릴을 감았다.
첫캐스팅 후 릴 핸들을 대여섯 바퀴나 돌렸을까. 순간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악스러운 입질이 들어왔고 동시에 요란한 굉음을 토해내며 릴 스풀이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로드팁을 수면쪽으로 낮추며 파이팅에 들어가는 동시에, 혼자서 마음속으로 '이게 웬 행운의 연속이냐'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딱 한 달 전 11월 25일 새벽, 그렇게 소망하던 103cm 대물농어를 낚아 올린 감흥도 아직 남아있었던 데다 며칠전 출조에서까지 쏠쏠한 손맛을 만끽했는데,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 또다시 이런 행운이 다시 오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말 그대로 넘쳐나는 '어복'이었다.
육중한 무게감이 로드를 통해 전해졌고,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넓은 범위로 수면을 휘저어대는 심상치않은 녀석의 몸짓 때문이었을까? 절로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서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신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20~30m정도 간격을 두고 아슬아슬한 릴링과 녀석의 강력한 러쉬가 한 번씩, 두 번씩 거듭 반복됐다. 한 번은 포인트 왼쪽의 수중여 건너편으로 몸을 기대고 한정없이 버티는가 하면, 기습적으로 발 앞쪽으로 달려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갯바위 라인을 타고 도주하는 등 이거 이러다 제대로 손 써보지 못하고 여에 라인이 쓸려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다.
입 언저리 어딘가에 단단하게 박혀있을 루어를 털어내보려는 특유의 바늘털이도 한 번 없고, 교묘하게만 느껴지는 놈의 반항은 대물의 기대감을 높아만가게 했는데, 육안으로 확인되는 거리에서 '꿀렁'하며 몸을 뒤집는 녀석의 어체는 실로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또 대물이다. 어쩌면 한달만에 새로운 기록어를 낚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조급한 마음과 반대로 몸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만 같았다.
발 앞까지 끌려온 녀석은, 마지막 저항의 무대로 넓게 펼쳐진 간출여를 장애물 삼아 강하게 버티면서 연신 수중여에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로드를 세워 머리 방향을 돌려주자 어쩔수 없겠다는 듯 빠져나오며 흐느적 거리는 게 보였다. 하필 수중턱이 가로로 앞쪽에 누워있어서 파도가 밀려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끌어 당겨야했는데 쉽지 않았다. 로드 끝을 낮추면서 여분의 라인을 감아 밀려오는 파도가 수중턱을 넘어오는 순간 지긋이 당기면서 놈이 넘어오게끔 유도하는데 어렵게 성공했다.
한 달만에 기록 깨다!
어려운 싸움이었지만 기쁨의 순간이었고, 이내 수면위에 허옇게 드러누워 헐떡거리는 녀석을 갯바위로 끌어낼 수 있었다. 흥분한 마음을 다스리며 랜딩직후 현장에서 확인한 체장이 1m5cm. 정확한 계측을 위해 서둘러 철수해서 낚시점에 들러 계측자 위에 올려놓는 순간, 한 달만에 경신된 개인 최대 기록어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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