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걸려든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고 흡혈귀처럼 긴 턱으로 먹이를 집어 체액을 빨아먹는 곤충이 있다. 어른 손톱만한 크기인 이 곤충의 이름 또한 만만하지 않다.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이다. 개미귀신의 먹이는 주로 개미지만 거미나 나방의 유충 등 작은 벌레류도 포함된다.
건조한 땅에서 거의 몇 달 동안 먹이 없이도 견딜 수 있는 개미귀신은 모래 언덕이나 나무 밑, 마른 흙더미에 깔대기 모양의 구멍을 파고 산다. 이곳에 빠진 개미는 생존할 확률이 없어 흔히 ‘개미지옥’으로 통한다. 주위보다 모래 입자가 작고 부드러운 개미지옥의 구조상 모래 웅덩이에 빠진 개미가 벗어나려고 애쓰는 만큼 더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개미에게는 죽음의 덫인 셈이다.
개미귀신은 모래를 뿌려 적을 위협하기도 한다. 개미지옥 옆을 지나가던 개미가 발을 헛디뎌 기우뚱거리면 이를 감지한 개미귀신은 턱을 이용해 모래 뿌리기를 되풀이 한다. 개미귀신의 공격에 놀란 개미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써보지만 그럴수록 개미지옥으로 빨려 들어간다.
개미귀신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 또한 남다르다. 개미를 먹어치운 개미귀신은 집안을 깨끗이 하기 위해 소화된 배설물을 개미의 빈 껍질에 가득 채워 집밖으로 버린다. 천적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수단인 것이다.
모래 언덕의 지배자인 개미귀신은 번데기와 성충으로 커가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개미귀신의 성충은 명주잠자리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잠자리와 모습이 비슷하지만 비단같이 얇고 투명한 날개와 홀쭉한 배, 긴 더듬이가 있는 점은 명주잠자리만의 특징이다. 개미귀신으로 2년, 번데기로 1년6개월을 지낸 뒤 성충이 된다.
명주잠자리 뿐만 아니라 애명주잠자리, 별박이 명주잠자리의 유충도 모래밭에 둥지를 만들고 숨어 있다가 함정에 걸리는 벌레류를 잡아먹는다. 같은 종류지만 왕명주잠자리와 알락명주잠자리 등은 둥지를 만들지 않고 모래속에서 서식한다.
'희귀한 동식물의 세계 > 곤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프리카 눈알무늬 꽃사마귀(Pseudocreobotra ocellata) (0) | 2008.06.26 |
---|---|
개미떼의 왕성한 식욕, 10시간 만에 도마뱀 '완전 분해' (0) | 2008.06.17 |
무당벌레(Coccinella axyridis) (0) | 2008.06.08 |
'썩소' 날리는 벌 사진 (0) | 2008.05.29 |
긴꼬리제비나비 (Papilio macilentus) (0) | 2008.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