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야'(1985년)의 주인공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남긴 명대사다. 바리시니코프의 대사처럼, 뉴욕과 런던의 자유와 화려함을 포기하고, 구소련 발레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러시아 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긴 미국인 발레리노가 등장했다. 소련의 발레 스타가 자유를 찾아 서방으로 망명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 1961년 망명한 루돌프 누레예프(발레리노)나 70년 런던 공연 중 발레단을 이탈한 나탈리아 마카로바(발레리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주인공은 미국 최고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무용수 데이비드 홀버그(29ㆍ사진)다.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기술로 잘 알려진 그는 고전 발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명 발레리노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홀버그가 볼쇼이 발레단과 영구계약을 하고 다음 시즌부터 볼쇼이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무용수가 러시아 발레단으로 옮긴 사례는 홀버그가 처음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새 예술감독 세르게이 필린이 홀버그의 공연을 본 뒤 감명을 받아 이적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홀버그는 "웅장하고 감성적인 볼쇼이 스타일의 발레를 선호한다"며 "볼쇼이에는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생생함과 강렬함이 있다"고 이적 이유를 설명했다.
볼쇼이 발레단으로서도 홀버그를 스카우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1780년 설립된 볼쇼이 발레단은 자체 교육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외국인 무용수를 데려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홀버그의 이적도 흥미롭지만, 그가 나탈리아 오시포바(25)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2)와 같은 볼쇼이 소속 초일류 발레리나와 호흡을 맞추기로 한 것도 발레 팬들을 설레게 한다. 홀버그가 등장하는 첫 작품은 11월 4일 시작하는 '지젤'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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