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미지/사진속 풍경

5만5천 개 십자가 언덕

Sosahim 2012. 3. 16. 11:32

 

 

 

동유럽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공화국에서 이방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관광명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십자가 언덕이다. 이름 그대로 작은 예배당 건물을 제외한 언덕 전체가 온통 십자가로 뒤덮여 있는 이곳에는 무려 5만 5천 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십자가들이 서로 뒤엉켜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왜 유독 이 지역에만 이렇게 십자가를 세우고 걸어놓았을까?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지역에 십자가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31년경. 당시 러시아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진행되었던 봉기가 실패로 끝이 나고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일일이 수습하기 어렵게 되자 가족들이 격전지였던 이 언덕에 십자가를 대신 세우는 것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던 것이다.

이런 풍습은 20세기 소련의 지배 하에서도 계속 되었다. 십자가를 내세운 리투아니아 인들의 다소 섬뜩하면서도 조용한 저항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옛 소련 군대가 불도저를 동원해 이 지역 십자가들을 수차례 밀어냈지만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또다른 십자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고. 1990년 드디어 소련의 지배를 벗어나게 되자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 십자가 언덕은 전세계 종교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명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