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속에 400년간 냉동돼 있던 식물이 다시 싹을 틔웠다.
BBC방송은 앨버타대 연구팀이 캐나다 북극 빙하지대에서 이 식물을 발견해 실험실로 가져와 싹을 돋우는데 성공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것은 선태식물(이끼ㆍ사진)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끈 카트린 라 파르주 박사는 "빙하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빙하 아래로 상당량의 녹색 식물이 뻗어 나온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 식물이 1550~1580년 무렵 냉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13~17세기에 몰려온 혹독한 추위, 이른바 소빙하기 때 빙하에 묻혀 수백 년간 햇볕을 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최근 지구 곳곳에서 급격히 해빙이 진행되면서 빙하와 함께 얼어붙은 식물들이 밖으로 나오게 됐다. BBC에 따르면 이 식물이 갇혀 있던 티어드롭 빙하지대도 2004년 이후 급속히 녹기 시작해 길이가 매년 3, 4m씩 작아지고 있다.
선태식물은 관다발 조직이 없기 때문에 추위에서도 완전히 건조된 상태로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생장을 이어간다. 그러나 빙하 속에서 수백년 간 버티던 식물이 다시 생장을 시작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연구팀은 "빙하기 때 식물은 레퓨지아(빙하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당시의 동식물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지역으로 주로 고산지대를 말한다)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으며 녹은 빙하 속에서 나올 거라곤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오래 전 냉동됐던 식물이 나타나는 일이 더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 파르주 박사는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초목이 드러나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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