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앞을 동서로 지나가는 대로 창안제(長安街). 1989년 6월 5일 이곳에서는 역사적인 순간이 포착됐다.
천안문 사태 당시 시위 진압에 나선 탱크를 한 청년이 맨몸으로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 모습을 찍은 AP통신 사진은 전 세계 언론을 탔다. 그 뒤 이 사진은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그런 만큼 중국에선 이 사진은 금기가 돼 있다.
지난 9일 베이징에 있는 마스터카드센터. 첫 공연인 이날 캐나다의 세계적인 서커스단 ‘시르크 드 솔레이유(태양의 서커스)’는 대형무대 위 세 개의 스크린에 ‘탱크맨’ 사진을 비췄다(사진). 마이클 잭슨의 노래 ‘They don’t care about us’가 깔리면서 4초 동안 이 사진이 비춰지자 1만5000여 관중은 숨죽인 채 응시했다. 즉시 공연이 중단되고 이 사진이 삭제됐음은 물론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공연은 예정대로 계속될 것”이라고 한 서커스단 홍보책임자 로라 실버맨의 말을 전했다. 이 서커스단은 15일부터 상하이에서 4차례 공연한 뒤 홍콩으로 건너간다.
문제는 사전 검열이 엄격한 중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것. 실버맨은 “공연에 앞서 대본 전체를 중국 문화부에 제출했다”며 “아마 검열 당국이 실수로 빠뜨린 모양”이라고 말했다. 검열 당국 관계자가 이로 인해 엄중한 문책을 당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SCMP는 “중국 검열 당국은 최근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공연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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