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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탄생, 차두리~!

Sosahim 2006. 6. 19. 08:37

이번 2006 독일 월드컵 1호 스타가 탄생했다. 대표팀의 공격수가 아닌 해설자로서의 차두리다.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차두리굴욕', '차두리어록' 등이 화제가 되는 등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을때만 해도 동정과 안타까움, 때로는 기량을 향상시키지 못한 점에 대한 호된 질책으로 그를 바라보던 여론은 이젠 그에게 3개 방송사 중 단연 시청률 1위라는 선물을 선사함으로써 엄청난 호감으로 돌변했다.

솔직히 중계를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한 것 같지는 않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맞춰 입는다든가, 발음 교정/이미지 트레이닝 등 혹독한 중계 연습에 매진했다든가 하는 준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해설자의 인간적인 매력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차두리어록'에 나오는 멘트들이 사실 쇼맨쉽을 주무기로 하는 타 해설자들의 입에서 나왔다면 이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약간은 어눌하고 순진한 듯한 '차부자' 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지금 차두리의 인기는 대표팀 23명 중 그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인생은 과연 새옹지마였다. 사실 선발되었다면 엄청난 체력과 허벅지로 운동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똥볼을 차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2년 월드컵 때에도 승리 후에 태극기로 스카프를 만들어 운동장을 돌던 순수한 (다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듯 했던) 청년, 차두리를 좋아하던 팬들이 많았더랬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그의 또 다른 매력을 팬들에게 선사하므로써 안티가 없는 호감 만빵의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줬다. 물론 선수로서 중계석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겠지만, 엔트리 탈락했다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자학을 일삼는 것보다는 훨씬 용기있고 솔직한 결단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언론 매체에 컬럼을 연재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해설자 차두리. 아버지에 비해 축구 선수로서의 재능은 떨어지지만, 물려받은 튼튼한 신체와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외모(귀엽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타고난 성실함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p.s.: 지난 선거때, 선거 개표 방송에서조차 월드컵 특집프로를 들이대며 체면불구 안간힘을 썼던 MBC가 차두리라는 난데없는 복덩이로 인해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를 구가할 줄이야. 차범근 감독은 또 어떤가. '소속팀은 깊은 부진의 나락에서 헤매는데 왠 해설이냐' 던 여론과 팬들의 차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던 그가, 아들과의 찰떡 궁합 해설로 다시 팬들의 따뜻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두리야, 니가 살린게 한둘이 아니구나,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