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세상속으로

악어 사냥꾼의 죽음

Sosahim 2006. 9. 11. 12:05

세상의 별 희안한 직업들이 있지만, 지구상의 오지란 오지는 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목숨걸고 야생 동물을 소개하는 직업만큼 특이한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포악한 악어와 물장구를 치고, 독거미와 키스를 하며, 무시무시한 독사를 온몸에 칭칭 감고 다녀야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한들 평범한 사람으로서 '業'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까?


최초의 동물애호가 유명인(Celebrity), 스티브 어윈(Steve Irwin)

스티브 어윈은 미국 토크쇼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 중에 하나다. 등장할때마다 맹수와 함께 나온다든가, 기괴한 해충을 몸에 붙이고 나와 진행자와 시청자를 난데없는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가는 독특한 캐릭터로 유명하다. 어윈은 애니멀 플레닛이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는 야생 동물 소개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특유의 활기넘치는 말투와 행동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애니멀 플레닛이 방송되는 많은 나라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주 출신의 동물애호가다.


사람을 한 입에 삼키다는 악어를 놀려대고, 치명적 독을 지닌 해충을 장난감삼던 그가 가오리 꼬리에 찔려 급사하고 말았다. 가오리에 찔려 사망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전문가들은 상처의 위치(심장주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슴에 박힌 가오리 꼬리를 떼어내고 쓰러져 죽어가는 그의 모습이 모두 카메라에 담겨져 미디어에 흘러나온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인이야 어찌됐든, 동물애호가로서 야생 동물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동물원 건립에 헌신적이었고, 야생 동물 보호에 앞장섰던 스티브 어윈의 죽음은 안타깝다. '악어사냥꾼' 이란 별명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그는 악어를 비롯한 모든 야생 동물을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많은 돈을 벌었으면서도 끝까지 목숨을 걸고 야생으로 달려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했던 그의 삶이 한편으론 부럽고, 다른 한편으론 생경하다.



야생에서 천진난만한 몸짓으로 "저것 좀 보세요~! 만지면 물까요?" 하던 그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자신의 직업을 너무나 좋아하고 즐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반응했을지 모르지만...).



TV에서 볼때마다, "쟤, 왜 저러니?" 하는 말이 절로 솟구치게 하며, 시청자들을 걱정의 도가니로 몰고가긴 했지만, "아, 세상엔 저런 곳에 저런 동물도 살고 있구나" 하는 신선한 경험으로 이끌어 주었던 스티브 어윈.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