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매일 새 그물을 만들며, 띠줄을 먼저 치고 세로줄을 친 다음 가로줄을 치는데, 세로줄에는 끈끈이가 없지만 가로줄에는 끈끈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녀석이 걸려들까, 조급한 마음은 금물입니다. 꼭 눈이 먼 것 같은, 아니면 조심성이 약간 모자란 성질 급한 녀석들이 제발로 걸려들기 마련입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혈액이 거꾸로 돌아 건강에 좋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거미들도 거의다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거미줄의 그 접착력에 관해서는 제가 이미 오래전에 체험을 하였습니다. 요즘같이 잠자리채가 없는 시절에도 특이한 잠자리나 매미채가 있었는데 바로 거미줄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가느다란 나무를 동그랗게 구부려 긴 대나무자루에 묶어 동그란 부분을 거미줄에 대고, 거미줄 서너 개만 돌려감으면 바로 잠자리채가 되었습니다. 잠자리나 매미를 찾아 뒤에서 살며시 누르면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에 꼼짝없이 붙어 손으로 떼어내기만 하면 되었지요. 그만큼 접착력이 뛰어납니다. 요즘 제가 다니는 수풀 속은 메뚜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날으는 메뚜기가 장관입니다. 농약을 뿌리는 논보다 벼메뚜기가 더 많은 이유는, 무작정 덩굴만 뻗는 환삼덩굴 때문입니다. 이 덩굴은 아무 쓸모가 없는 풀이기 때문에 농약과도 거리가 멉니다. 완전무공해 식물인지라, 가을 무렵이 되면 그물처럼 곤충들이 뜯어먹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순간 저는 갈등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 메뚜기를 풀어주어야 되나 말아야되나. 잠시후 아,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되돌려 놓는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거미는 살아서 빠져나가려 요동을 치는 물오른 메뚜기를 놓칠 수 없습니다. 죽은 척 거꾸로 매달려 있던 거미는 먹이가 걸렸음을 바로 감지하고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거미줄을 한꺼번에 뿜어내 순식간에 메뚜기를 돌리며 하얀 줄로 꽁꽁 묶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박해 놓습니다. 그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아십니까.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신속 정확합니다. 하얀 거미줄속에 메뚜기는 아직 살아 있지만 꼼짝달싹하지 못합니다. "살려줘요 살려줘요." 메뚜기는 소리를 지르지만 도와주는 이 없이 먹이가 되어야 합니다. 거미는 일단 먹이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순간접착제 저리 가라지요. 순간접착제를 만든 원조는 바로 거미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큰 먹이가 걸려있는데 거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신속하게 거미줄을 잠시 버리고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거미줄 꼭지점까지 올라갑니다. 그러고서는 시치미 뚝 떼고 납짝 엎드려 숨어 풀을 뜯어먹는 초식 곤충인 체 합니다. 하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닌 절지동물과에 속하는 동물이지요. 거미가 피신한 거미줄에는 먹이만 걸려 있습니다. 안전해지면 다시 내려와 꽁꽁 묶어 저장해놓은 먹이를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거미는 도대체 IQ가 몇이나 되는 걸까요? 일단 한번 걸려들면 거미줄을 끊고 살아나는 곤충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사람도 먹고사는 방법이 여러가지지만 거미도 먹고사는 방법이 참으로 특이하고 과학적이기 까지합니다. 초록콩잎 위에 풋콩인 척 올라와 먹이사냥을 하는 거미는 콩잎에 붙은 진딧물을 잡아먹겠지요. 마치 카멜레온인 듯 콩잎색과 똑같아 다리를 보고서야 거미인 줄 알았습니다. 풋콩 닮은 거미가 앉아있는 콩잎 밑에서는 따사로운 여름 햇살에 콩이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 아이들과 거미줄 잠자리채를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거미들은 쏜살같이 피신해 다음날 새로운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 사냥을 다시 시작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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