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해마와 파이프피쉬

Sosahim 2006. 10. 21. 09:46


해마와 파이프피쉬

해마, 파이프피쉬(pipefish) 그리고 해룡(sea dragon)은 모두 실고기 과(Family Syngnathidae)에 속하며, 과명은 그리스어의 ‘융합된(syn) + 턱(gnath)’에서 유래한 것이다. 모든 해마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히포캄푸스(Hippocampus)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속(屬)에 포함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해마를 말의 머리(hippo)를 가진 바다의 괴물(campus)로 인식함으로써 해마에게 신화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해마는 지느러미, 아가미, 부레 등을 가진 경골어류이다. 몸을 보호해주는 골판(骨板)으로 된 고리인 체륜(體輪)이 머리부터 꼬리까지 몸통을 전부 뒤덮고 있고, 양쪽 눈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다.




해마의 종 구분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혼란이 있다. 아만다 박사(Amanda C.J. Vincent)와 그녀의 동료들은 해마 프로젝트에서 이들을 분류하는 초인적인 임무를 수행해냈다. 해마의 높은 명성에 비해서는 해부학적인 특징을 비롯해서 해마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직까지도 해마의 작은 뒷지느러미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조차 잘 모르고 있다.

해마는 낮에 활동하는 동물이며 생존을 위해 뛰어난 위장술을 활용한다. 색상을 바꾸거나 피부의 돌기나 혹을 키우는 능력 덕분에 해마는 주변 환경 속에 완벽하게 자신을 은폐시킬 수 있다. 이들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수중에서 발견하기란 무척 힘들다. 그러나 해마를 한번 발견하기만 하면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위해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해마는 영역을 지키며, 최소의 이동성만 보이기 때문이다. 다이버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서식처로부터 꺼집어 내려는 행동을 한다면 가이드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해마는 자신의 사냥터에 머물기 위해서 원숭이를 닮은 꼬리를 사용하여 해조류나 고착성 무척추동물 등의 가지를 붙잡는다. 이들은 씬벵이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매복 포식자이다.

미동도 없이 주변 환경 속에 완벽하게 숨어서 의심없이 다가오는 작은 저서성 갑각류나 치어 등의 먹이를 기다린다. 씬벵이나 마찬가지로 해마도 이빨이 없다. 이들은 길쭉한 관형의 주둥이로 물과 함께 먹이를 통째로 빨아들인다. 작은 새우는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해마는 위가 없기 때문에 먹이는 곧 바로 소화기관을 통과하게 된다. 해마의 포식자로는 인간을 비롯해서 씬벵이, 게, 원양성 어류 등이 있다.




해마는 수컷이 알을 밴다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해마의 알과 정자 수는 다른 경골어류에 비해 훨씬 적다. 구애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암수는 모두 색깔을 변화시키면서 꼬리로 고정된 물체를 말아쥐고 그 둘레로 몸을 빙글빙글 돌린다. 종종 바닥을 따라서 짧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고착물을 붙잡고 몸을 돌린다. 그러다가 마침내 수면으로 올라가서 짝짓기를 한다. 이 때가 사진 촬영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잔압계를 자주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마의 구애행위는 무려 9시간까지 진행되는 수가 있다.
산란할 때 암컷은 산란관을 수컷의 육아낭 입구에 제대로 맞춰야 성숙한 알들을 그 속에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해마의 짝짓기에서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선수들처럼 동조된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란된 알들은 수컷의 육아낭 속에서 수정된다. 짝짓기 직전에 암컷의 몸 속에서는 성숙한 난자들만 수분을 함유하면서 수정준비가 이루어 진다. 나머지 알들은 다음 짝짓기 때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성장을 지속시킨다. 암컷은 수분을 함유하여 수정 준비가 된 알은 약 24시간 동안만 보유할 수 있다. 만약 그동안 짝짓기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암컷은 성숙한 알을 그냥 방출해야만 한다. 종이나 수온에 따라서 수컷은 수정란을 10일에서 6주까지 보육한다.





갓 태어난 어린 해마는 부모들의 완전한 축소판으로 크기는 평균 6~12mm 정도이다. 큰 종은 한번에 약 100개의 개체를 출산하기도 하지만 크기가 작은 피그미 해마의 경우 출산수가 한두 마리밖에 안된다. 출산된 어린 개체는 더 이상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므로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들과 달리 어린 해마들은 포식자들에게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성숙한 해마 한쌍은 보통 출산한 날 또 다시 짝짓기를 한다. 현재까지 연구된 해마들은 모두 일부일처제를 따른다. 짝을 이룬 암수는 다른 성어들에게는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수컷이 알을 보육하는 동안 암수 사이에는 구애행동의 축약판으로 보이는 아침 인사를 매일 10분간 진행함으로써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한다. 아침 인사 이후로 이들 암수는 하루 종일 서로 헤어져서 지낸다. 매일 진행되는 아침인사는 이들 암수가 생식 사이클을 동조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방법을 통해서 암컷은 준비된 성숙한 알을 보유하고 있다가 수컷이 육아낭에서 알들을 부화시켜 방출하면 곧 바로 산란하여 육아낭을 다시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였는데 그래도 다이빙을 쉬지 않고 하겠다는 다이버는 리조트에서 나밖에 없었다. 혼자서 렘베 해협(Lembeh Strait)을 독차지하게 되었는데 나는 매일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 다이빙 포인트로 에르 파랑(Aer Parang)을 골랐다. 4m 수심에서 수컷 복해마(Hippocampus kuda)가 고정물을 붙잡고 그 주변을 회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놈의 육아낭은 거대하게 부풀어 있었는데 움직임으로 보아 곧 알들이 부화될 것 같았다.

나는 매우 흥분했다.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산하는 해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분명 다른 손님들을 질투에 빠지게 만들 사건이였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났건만 해마는 여전히 고정물의 둘레를 돌기만 했다. 공기가 떨어져서 수면으로 상승하여 탱크만 교체하고 바로 입수했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 해마는 계속해서 돌기만 했다. 나는 무슨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리조트로 되돌아갔다. 참고문헌을 통해서 수컷 해마는 완전히 부화된 유어를 방출하려면 여러 시간 동안이나 밀어내기 위한 진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같은 장소로 찾아갔다. 해마는 여전히 같은 물체에 꼬리를 말고 부착해 있었지만 육아낭의 크기로 봐서는 이미 알들이 부화되어 출산을 마친 것이 틀림 없었다. 아쉬움과 허탈함이 온 몸을 엄습해 왔다.





오르네이트 고스트 파이프피쉬(Ornate ghost pipefish, ornate: 장식을 잘한)와 로우버스트 고스트 파이프피쉬(Robust ghost pipefish, robust: 강건한)는 색상이 해초나 바닷말 또는 무척추동물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매우 힘들다. 오르네이트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종종 바다나리 속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색상을 바다나리의 색상과 완벽하게 매치시키고 있기 때문에 바다나리의 팔과 오르네이트 고스트 파이프피쉬를 구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루우버스트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해초처럼 떠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고스트 파이프피쉬는 보통 쌍으로 다니는 것이 발견되는데 이들 중에서 작은 것이 수컷이다. 몸을 수직으로 뒤집은 상태로 부유해 다니면서 길쭉한 주둥이를 이용해서 작은 갑각류 등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사냥한다. 해마나 파이프피쉬와 달리 고스트파이프피쉬는 암컷이 알을 부화시키는데 접합된 배지느러미로 만들어진 육아낭에서 알을 부화시킨다.

해마의 특이한 모양은 우리의 호기심을 끌며, 감탄과 애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귀걸이로, 어떤 사람들은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해마를 좋아한다. 해마의 운명은 햇볕에 말라가면서 천천히 죽음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마 프로젝트에 의해 조사된 국제무역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만 최소 2천만 마리의 건해마가 전세계적으로 유통되었는데 주로 중국 전통의학(Tradtional Chinese Medicine) 약재나 그 파생상품으로 활용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 재건과 이에 따른 1인당 국민소득의 상승으로 1980년대부터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를 수 없었고, 값이 상승하면서 해마 무역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오늘날 해마는 트롤링, 다이너마이트, 사이나 등의 파괴적인 어업기법으로 어류가 남획된 어업인구 과잉지역에서 어업인들의 생존을 위한 수지 맞는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마 역시도 트롤어업의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많은 다이버들은 중국 전통의학에 대해 회의적이다. 해마가 천식, 심장병, 골절은 물론 발기부전까지 광범위한 범위의 질병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게다가 해마는 호신(호랑이의 생식기)이나 코뿔소의 뿔처럼 최음제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서구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해마: 전세계적인 종의 동정 안내 및 보존에 대해(Seahorses: Identification Guide to the World’s Species and their Conservation)」라는 책에서 루리(Lourie), 빈센트(Vincent), 홀(Hall) 등은 중국 전통의학이 국제보건기구(WHO)에 의해 유용한 대체의학으로 인정되었고, 전세계 인구의 1/4 이상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약 2,000년이나 되는 장구한 세월 동안 문자로 체계화되어 왔는데 지난 600년 동안 해마를 약재로 이용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독자 여러분 개개인은 중국 전통의학이 유용한 것인지에 대해 주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환경보호론자들은 해마에 대한 포획 압력을 완화시키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루리와 그녀의 동료들이 주장했듯이 대립이 아니라 중국 전통약재 무역상들이나 소비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남획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대안을 발견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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