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고둥류와 갯민숭달팽이

Sosahim 2006. 10. 21. 09:51

문어같은 두족류(頭足類)와 갯민숭달팽이가 같은 연체동물 문(門)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다. 놀랄지 모르지만 이들은 모두 연체동물이다. 연체동물 문은 복족류(Gastropoda, 그리스어로 배 다리), 이매패류(Bivalvia, 라틴어로 2개의 판), 두족류(Cephalopoda, 그리스어로 머리 다리)라는 3개의 강(綱)으로 구분된다.

복족류는 다시 육지산 유폐아강(Pulmonata, 라핀어로 폐)과 해산의 전새아강(Prosobranchia, 그리스어로 전방의 아가미), 후새아강(Opisthobranchia, 그리스어로 후방의 아가미)이라는 3개의 아강(亞綱, subclass)으로 나누어진다. 다이버라면 모두 고둥류(전새아강)는 물론 갯민숭달팽이가 포함된 후새류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육상 달팽이이나 민달팽이(유폐아강)에 관심이 있다면야 다이빙을 포기하고 육상관광을 떠나야 할 것이지만 이는 다이버에 대한 신성모독이다.



고둥류는 낮 동안에는 트리거피쉬(triggerfish) 같은 포식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생활한다. 대부분은 점액질이 흐르는 발을 이용해서 모래를 파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밤에 나와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쿵쿤간 배이 리조트(Kungkungan Bay Resort)의 하우스 리이프나 헤어볼(Hairball), 에르 파랑(Aer Parang), 고비어크랩(Goby-A-Crab) 같은 다양한 다이빙 사이트에서 관찰할 수 있다(※이 지명들은 다이빙 포인트의 이름으로 필자가 ‘해마의 왕국’을 집필할 때 다이빙했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북부의 렘베 해협에 있다).

물론 그들의 껍찔을 깨뜨릴 수 있는 만티스 새우나 껍질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구슬우렁과 문어 등 야행성 포식자들도 있다. 고둥류들은 발을 이용해서 기어가는데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점액질이 분비된다. 위험을 감지하면 발을 껍질 속으로 수축시켜서 숨는데 딱딱한 뚜껑을 이용해서 껍질의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종들도 종종 있다. 껍질은 고둥류의 외투막에서 분비되는 석회질로 만들어진다. 개오지류는 외투막이 껍질의 외부를 감싸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 때문에 패각에 이물질이 부착되지 못하고 눈부신 광택을 내게 된다. 외투막을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장갑을 끼고 있을 때에는 이들의 노출된 외투막을 건드려서는 안된다.

트리다크나(Tridacna; 자이언트 클램/Giant clam) 조개는 사람들의 남획으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들은 ‘멸종 위기종에 대한 국제 무역 협상(CITES, the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의 첨부문서(Appendix) II에 기록된 종이다. 첨부문서 II에 기록된 종은 국제 무역을 통제하지 않으면 멸종될 위험이 있는 종들이다. 무역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허가제에 의해 관리하고 있다.



나는 트리다크나 조개(Tridacna gigas)의 크기나 무게로 봐서 프리다이버들은 감히 이 조개에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거운 껍질을 수면으로 끌고 올라가는 대신 폐각근(껍질을 닫는 근육, 조개관자)을 칼로 자르고 비싼 육질부만 수거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분명히 밀렵꾼들이 당장은 보다 쉽게 살아가도록 해줄 것이다. 트리다크나의 인공양식은 증가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TRAFFIC 인터내셔널, WWF(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World Wide Fund for Nature)과 WCN(국제자연보호연맹, World Conservation Union)의 1995년 야생동물 무역 감시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글렌 샌트(Glenn Sant)는 양식된 자이언트 클램의 판매가 야생 자이언트 클램의 위장 판매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매패류는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2개의 분리된 패각이 강한 근육(폐각근)으로 서로 붙어 있는 것이다. 일부 이매패류는 암반이나 산호같은 바다 밑바닥의 고형 기질에 영구적으로 붙어서 지내기도 한다. 이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자이언트 자이언트 클램(giant giant clam; Tridacna gigas)이다. 렘베 해협의 레투스서프라이즈유(Lettus Surpriz U)라는 포인트에서 자이언트 자이언트 클램을 볼 수 있다.

이매패류는 여과식자(filter feeder)이다. 물은 외투막에 있는 한쌍의 구멍을 통해서 아가미 방에 도달한다.


영양물질들은 아가미의 점액에 붙잡혀서 입으로 전달된다. 다른 이매패류들은 낮 동안에는 모래 속에 자신을 파묻고 있다가 밤에 여과식을 하기 위해서 나온다.

문어는 이들의 패각에 구멍을 뚫어서 먹이로 삼는다. 조개를 패각에 고정시키는 근육이 있는 곳에 정확히 구멍을 뚫는 것이 목표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어가 무작위적으로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개 종류에 따라서 근육과 패각이 접착되는 부분의 위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문어는 정확하게 근육이 붙어 있는 곳에 구멍을 뚫는다. 침 속에 들어 있는 소화 효소가 근육을 약하게 만들어서 조개살이 패각으로부터 분리되면 비로소 문어가 먹이에 직접 접촉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복족류와 달리 후새류(opisthobranchs)의 진화적 성향은 패각이 감소되거나 완전한 없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물고둥류(Bubble shells, Cephalaspidea)와 몇몇 종들은 이런 과정에 뒤쳐져서 뚜렷하고도 기능적으로 완전한 패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종들은 대부분 패각이 흔적만 남았는데 아주 작아져서 몸의 내부로 들어가 있던지 약간의 흔적만 있다. 물고둥은 후새류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그 수가 많다. 갯민숭달팽이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후새류는 유생시기 동안에는 패각을 갖고 있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고둥류와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변태과정에서 이들 패각이 대부분 사라진다.





나새목(Nudibrachia, 라틴어로 벌거벗은 아가미)의 갯민숭달팽이들은 분명히 리이프의 귀부인이라 할 수 있다.



렘베 해협(Lembeh Strait)에는 갯민숭달팽이가 매우 많은데 매 다이빙에서 10 종 이상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연체동물은 각별한 특징으로 일반화시키기 힘들 정도로 다양성이 매우 심한 그룹이다. 이는 갯민숭달팽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도리드(dorids)와 아에올리드(aeolids) 라는 두 가지 주요 그룹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다른 다양한 그룹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무척추동물 도감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리드(Doridacea)는 가장 큰 갯민숭달팽이 그룹이다. 이들은 머리 끝에 한 쌍의 촉수(rhinophores)가 있으며, 몸의 뒤 쪽으로 아가미 깃털(gill plume)이 있다. 항문은 아가미 깃털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어떤 종은 아가미를 건드리면 아가미 주머니 속으로 수축해 들어가 버린다. 파일리디드(Phyllidiids)는 도리드 갯민숭달팽이의 한 그룹으로 등쪽 아가미가 없다. 대신에 몸체 주변부의 아래 쪽을 따라 2차적인 아가미 셋트가 있다. 도리드 갯민숭달팽이 그룹 중에서도 섭식 습관은 다양하다. 주로 해면을 먹지만 몇몇 도리드 그룹은 이끼벌레류(bryozoan), 피낭류(tunicates) 또는 다른 후새류를 잡아 먹기도 한다.




아에올리드(Aeolidacea)는 두번 째로 큰 갯민숭달팽이 그룹으로 아가미돌기(cerata)라고 부르는 손가락 같은 등쪽 돌기가 있는데 여기에 소화기관의 일부가 연장되어 포함돼 있다. 아에올리드의 매력적인 특징은 먹이로부터 방어수단을 얻는 능력이다. 먹이인 히드라, 연산호, 고르고니안 등의 자포동물로부터 발사되지 않은 자포(nematocysts, 쏘는 세포)를 회수하여 자신들의 아가미돌기 끝에 있는 특별한 주머니에 보관한다. 아가미돌기의 끝 부분은 잠재적인 포식자들에게 자포의 존재를 경고하기 위해 보통 밝은 색상을 띤다. 말미잘들의 촉수 끝이 밝은 색상을 띠는 것도 역시 자포의 존재를 경고하기 위함이다.

갯민숭달팽이의 방어수단은 먹이원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종은 자신들의 먹이(해면, 해조류, 자포동물)들의 색상과 매치되는 완벽한 위장술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들은 먹이를 소모함으로써 먹이와 동일한 색상을 획득한다.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독이 있거나 맛이 나쁘다는 것을 광고하는 화려한 색상의 경계색으로 방어한다. 독성 역시 먹이를 통해서 획득된다. 갯민숭달팽이가 무엇을 먹는지 공부하지 않으면 다이빙 중에 갯민숭달팽이를 찾는 것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워 진다. 해조류, 해면, 우렁쉥이, 이끼벌레, 자포동물들에서 갯민숭달팽이를 찾아 보는 것이 가장 쉬운 시작 방법이다.




갯민숭달팽이의 촉각은 화학 감지기능이 있다. 이는 갯민숭달팽이가 근처의 동물들이 방출하는 화학물질을 감지하여 그들의 서식처와 먹이의 위치 또는 짝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갯민숭달팽이는 고둥류와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키틴질의 이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잡한 혀 같은 구조인 치설(齒舌, radula)로 먹이를 갉아 먹는다. 먹이를 먹는 동안 치설은 먹이의 표면 조직을 갉아내게 된다. 이빨은 부러지면 재빨리 교체된다. 치설이 없는 갯민숭달팽이는 대신 소화효소를 먹이에 분비한 다음에 부분적으로 소화된 조직을 빨아먹는다.

아직 분류되어야 할 갯민숭달팽이들은 여러 종이 있다. 갯민숭달팽이의 종 구분은 매우 어렵다. 가끔 속(屬)을 결정하는데는 외부적인 특징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그러나 표본을 해부하여 치설의 유사성이나 차이점을 비교해야 속을 결정할 수 있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