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교복을 입고, 우수에 찬 눈동자로 전면을 응시하는 청년을 그린 이 그림(‘동무’)이 10억원이라고? 게다가 계속 오른다고? 믿기 어려울지 모르나 사실이다.
‘광풍(狂風)’으로까지 표현되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현대미술 열풍’의 주역 장샤오강(48ㆍ張曉剛)의 작품이 대거 한국에 온다. 또 이번 특별전을 위해 작가도 내한한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아트사이드(대표 이동재)는 장샤오강의 신작유화 4점을 포함해 유화 13점과 판화 15점을 모아 11월1~20일 개인전을 연다. 장샤오강이 한국서 개인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그룹전은 몇차례 있었으나 그의 면모를 전반적으로 살필 수 있는 본격 개인전은 최초다.
장샤오강은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서 ‘장샤오강, 웨민쥔, 팡리쥔’ 등 이른바 중국현대미술 ‘빅3’ 가운데서도 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다. 올해 3월31일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동시대미술 경매’에서 1998년작 ‘혈연시리즈-동무 №120’이 예상가격의 3배에 가까운 97만9200달러(한화 약9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또 올해 9월 홍콩 소더비에서는 1998년작 ‘대가족시리즈’가 874만4000홍콩달러(한화 약10억8000만원), 15일 런던 크리스티에서는 1995년작 ‘대가족시리즈’가 76만9600파운드(한화 약 13억80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불과 6년 전에 뉴욕 첼시의 막스 프로테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서구에 알려졌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단기간에 세계인을 홀리고 있는 것. 물론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군의 중국 현대미술가들과 작품이 함께 내걸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미술시장에 본격 데뷔한 것은 첼시의 막스 프로테크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 시발이다.
그의 그림은 오래된 증명사진을 크게 확대한 것 같다. 낡은 사진첩 어딘가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인물들은 모두 갸름한 얼굴에, 물기 어린 눈망울을 하고 있다. 이 서정성이 바로 세계인의 가슴을 파고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체다. 특히 장샤오강의 그림은 ‘격동기를 겪어낸 중국인과 중국사회의 자화상’으로 해석돼 지구촌 곳곳에 퍼져있는 화교 거부와 구미 컬렉터의 ‘핵심수집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믿고 투자할만한 작품’을 원하는 수집가에겐 이 동양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성을 띤 그림이 좋은 투자대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동료작가인 웨민쥔, 팡리쥔 등의 냉소적 리얼리즘 작품이라든가 왕광이의 선동적인 팝아트와는 달리 감상자의 정서를 아련히, 그리고 깊숙히 자극해 팬을 넓히고 있다.
1958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난 장샤오강은 달리, 피카소, 폴 클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그가 ‘촉촉한 인물화’인 혈통연작을 그리게 된 것은 어느날 어머니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서부터. 8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미술의 일원이었던 그는 어머니의 청초한 인물사진에 ‘삐리리’ 하는 영감을 느껴 인물의 얼굴을 화폭에 크게 배치하고, 역사적 흔적(얼굴에 겹쳐진 테잎같은 것)이 느껴지도록 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그림 전반을 관통하는 상처랄까 얼룩같은 흔적이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오버랩돼 한번 본 사람도 누구나 기억하게 만든다.
내밀한 고통의 흔적을 얄밉도록 똑 부러지게 그려낸 그의 애잔한 작품은 ‘중국현대미술의 인기가 일시적 거품현상이며 과대평가됐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 자체에도 미술관 설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수집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 최근들어 시도하고 있는 사진작업 등으로까지 성급하게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샤오강의 작품이라도 옥석은 가려져야 한다는 것.
이번에 서울서 소개될 장샤오강의 작품은 ‘대가족(big family)’, ‘혈연(bloodline)’연작과 2003년부터 집중해온 ‘망각과 기억(Amnesia& Memory)’ 시리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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