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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리고 다니니 성폭행" 호주 이슬람 성직자 발언 파문

Sosahim 2006. 10. 26. 23:27

호주 무슬림사회의 최고 성직자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것은 천박한 옷차림 탓이라며 그런 옷차림의 여성을 "노출된 고기" (uncovered meat)에 비유해 주류사회로부터 국외추방 주장이 나오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26일 호주언론에 따르면 호주 이슬람교 율법고문(머프티)인 셰이크 타즈 알딘 알힐랄리는 지난달 시드니에서 500명의 신도들 앞에서 라마단 설교를 행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셰이크 알힐랄리는 "선정적으로 몸을 흔들고 화장을 하고 히잡(이슬람교 스카프)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 때문에 성폭행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고기를 가리지 않고 거리나 정원이나 공원 또는 뒷뜰에 내다 놓으면 고양이와 와서 먹는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고양이와 가리지 않은 고기 중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고 "가리지 않은 고기가 문제다. 그녀가 자기 방이나 집에 있고 히잡을 쓰고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돼 물의를 빚자 셰이크 알힐랄리는 자신이 말한 '고기'는 창녀를 가리킨 것이지 히잡을 쓰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옷을 입은 여성을 가리킨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터 코스텔로 호주 연방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여성을 '노출된 고기'에 비유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성을 비천하게 비인간적으로 대하게 만든다며 이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코스텔로 장관은 TV 채널7과의 인터뷰에서 시드니의 무슬림 청년들이 지난 2000년 일련의 집단 성폭행을 자행한 사실에 비추어 셰이크 알힐랄리의 메시지는 성폭행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들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건한 무슬림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슬람교 최고 성직자의 이러한 발언을 규탄하고 "이것이 이슬람의 견해가 아니며 세이크 알힐랄리의 발언과 거리를 두는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무슬림 사회에 분명히 밝히라"고 주문했다.

한편 연방 성차별방지위원회의 프루 고워드 위원장은 셰이크 알힐랄리의 발언이 본질적으로 성폭행을 자행하는 무슬림 청년들의 행위를 변명하는 것이라며 그를 머프티 직에서 해임하고 추방할 것을 주장했다.

고워드 위원장은 채널9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범죄를 선동하는 것이다. 이제 여성을 성폭행하는 무슬림 청년들은 법정에서 이 말을 인용하고 그들의 지도자인 이 사람의 말을 인용할 수 있다"며 더이상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는 여성의 잘못이니까 괜찮다는 이유로 무슬림 청년들에게 폭력범죄를 조장하는 발언으로 호주법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이제 그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되었으며 아울러 정부가 그의 비자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토니 애봇 연방보건장관은 "가톨릭이나 성공회 또는 유태교 지도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적어도 호된 질타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그의 발언이 잘못된 만큼 무슬림 지도자들이 그를 책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무슬림사회의 한 지도자인 호주이슬람협의회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슈자트 만투 씨는 셰이크 알힐랄리가 선을 벗어난 것 같다면서도 "그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며 주류 기독교인 중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다고 그런 이들을 추방하지 않고 교육시킨다"며 그가 호주에 거주할 권리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