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달라붙는 타이츠만 입고 춤을 추려니 영 쑥스럽구먼….”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處容舞) 예능 보유자 김용(73) 씨, 전수교육 조교 이진호(52) 씨, 이수자 김태훈(36) 안덕기(30) 한수문(39) 정진용(30) 씨. 다섯 남자는 온몸에 수십 개의 광학 마커(marker)를 붙이고 처용무를 추기 시작했다. 푸른 배경의 스튜디오 공간, 30대의 광학카메라,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울트라맨 같은 의상까지…. 우리 전통무용이 갑자기 먼 미래 첨단 세계로 이동한 듯하다. ○ ‘처용무’를 캡처하자 23일 오후 1시 충남 천안시 ‘충남테크노파크 미디어센터’ 스튜디오. 요즘 이곳에서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처용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작업(모션 캡처)을 시행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춤추는 사람에게 센서를 부착해 그 움직임을 컴퓨터 좌표에 새기는 모션 캡처 방식으로 2005년부터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처용무 진주검무 등을 하나씩 작업해 오고 있다. 처용무는 신라 ‘처용설화’에서 유래된 춤으로 5명이 청(동쪽) 홍(남쪽) 황(중앙) 백(서쪽) 흑(북쪽)색의 옷을 입고 가면춤을 춘다. 작업이 시작되자 전수자들은 검은색, 파란색으로 구성된 타이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45개의 마커를 관절과 손과 발끝에 붙인다. 슈트 한 벌에 200만 원, 마커 하나에 2만 원이다. “타이츠 때문에 근육이 땅기고 어깨가 결리고 관절이 조이고…. 한복과 움직이는 느낌이 다른데….”(이진호) 이들은 가로 12m, 세로 8m의 무대로 들어가 동선을 파악한 뒤 편락(編樂·리듬이 촘촘한 엮음 형식으로 된 한국 전통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방에 설치된 30대의 광학카메라는 이들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광학카메라가 마커에 반사된 빛을 받아들여 컴퓨터로 보내면, 컴퓨터 화면에는 이들의 동선과 허리 골반의 움직임이 3차원 그래픽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30분씩 두 차례의 시연이 끝나자 이진호 씨는 “타이츠를 입고서 허공에 뿌리고 되돌아오는 춤 동작의 느낌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변형되기 쉬운 춤을 기록하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씨는 “개인의 동작이 어떻게 궤적화되는지 보고 싶었다. 팔의 각도 등 춤을 수치화하며 비교해 보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모션 캡처 자료는 리타게팅(모션 캡처된 뼈대에 사람 이미지를 입히는 것)된 뒤 전승 교육 프로그램이나 입체 영상관 등에서 사용된다. 처용무 전수자들도 이날 오전 과천기술표준원(산업자원부 산하)에서 3차원 전신스캐닝을 받았다. ○ 디지털 기술에 영혼도 담을 수 있을까? 디지털 기록만으로 전통 문화의 영혼을 담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김용 씨는 “기능은 기술로 복제되나 예술적 감성은 어렵다”며 “신라 역사나 동양 철학에 대한 이해를 오늘날 시대정신과 연결해야 생명력 있는 처용무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승무 예능 보유자인 이애주 선생은 타이츠를 못 입겠다고 해 전통 복식에 마커를 붙여 작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원모 연구원은 “무형문화재는 보이지 않는 기예로 예능 보유자의 나이와 체형, 시공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전하기 힘들다”며 “우리 전통 문화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해 이 같은 작업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모션 캡처 작업이 끝난 후 이들은 정식 처용무 한복과 처용 탈을 갖추고 춤을 재촬영했다. 이들이 보여 주는 한삼(汗衫·손을 가리기 위해 윗옷 소매 끝에 길게 덧대는 소매)의 움직임 속에 처용이 웃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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