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 화폐 도안 논란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1만원권 뒷면의 ‘혼천의’ 논란에 이어 앞면에 실린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세종대왕 때가 아닌 조선후기 작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1000원권에 실린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를 놓고 한국은행이 ‘도산서당’에서 ‘계상서당’으로 오락가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래산 수박 도안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5000원권을 포함해 신권 3종의 도안이 모두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문화재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화폐 도안 작업이 총체적 부실 속에 이뤄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만원권 도안은 논란덩어리=1만원권 신권 앞면에 실린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가 있는 그림이다. 한국은행측은 “세종대왕의 뒷배경으로 조선시대 궁중행사에 사용했던 일월오봉도 병풍을 깔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일월오봉도가 세종 때에는 없었고 왕권과도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이수미 박사는 “일월오봉도는 17~18세기인 조선 후기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세종때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 어진관계 도감의궤 연구’(이성미 저)에 따르면 일월오봉도는 1688년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대 지리교육학과 오상학 교수는 “과거에는 해와 달을 왕으로 해석해 왕권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도가적이고 신선적인 우주관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만원권 신권 뒷면에 혼천의와 함께 들어가 있는 보현산망원경도 한국의 과학기술을 알리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천문학자는 “직경 1.8m의 망원경은 세계 50위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크기”라며 “솔직히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지폐에 들어가는 게 창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산서당인가, 계상서당인가=1000원권 뒷면에 실린 겸재의 ‘계상정거도’ 도안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행은 처음 지폐 도안을 발표할 당시에는 그림 속 서당을 ‘도산서당’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계상서당’이라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산서원관리사무소측은 “‘계상정거도’ 속의 모습은 주변 지형을 감안할 때 계상서당이라기보다는 도산서당에 훨씬 가깝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뭐가 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화폐 도안 총체적 부실=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발권 과정에서 여론 수렴 과정이 없어 총체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화폐 도안 자문위에 디자인 관련 인사들만 포함됐을 뿐 과학사가나 문화재 관련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아 역사적 의미나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도산서당을 계상서당으로 정정하면서 참조한 게 네티즌의 글이었다는 사실은 자문위가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코미디다.
자문위에는 미술사 전문가가 1명 포함돼 있었지만 있으나마나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술사 자문위원이 겸재 그림 속 서당이 도산서당인지 계상서당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알콩달콩 > 모아모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 봄 유행 구두는? '광택 & 실버-골드' (0) | 2007.02.01 |
---|---|
생활속 요가.....완전휴식자세 (0) | 2007.02.01 |
제트전투기 첫 공중전은 `한국전` (0) | 2007.02.01 |
2천2백만원짜리 마우스 (0) | 2007.01.31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코냑 블랙펄 (0) | 2007.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