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은 달짝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인기가 높다. 달짝지근한 것은 글리신과 알라닌 등 단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이고, 오돌오돌 씹히는 것은 마디가 없는 원통 모양의 몸 조직 때문이다. 하지만 개불의 모양새는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한다. 줄었다 늘었다 하는, 붉은 빛이 도는 유백색의 길쭉한 몸이 남자의 성기를 꼭 빼 닮은 탓인지 모르겠다.
조선 순조 때 문신 김려가 지은 '우해이어보'에는 개불을 해음경(海陰莖)이라 쓰고 생긴 모양이 말의 음경 같다고 했다. 이를 미루어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이 된 경남 진해 사람들이 개불을 해음경이라고 불렀으리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개불이라는 이름도 성기와 관련이 있다. 개의 불알을 뜻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말의 음경과 개의 불알에 비유했을까. 선조들은 사람의 그것에 빗대어 표현하기가 다소 민망한 대상에는 개 말 따위의 접사를 붙여 해학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우리 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겉모습이 창자를 닮았다 하여 '하이장(海腸)'이라 부른다.
개불은 몸의 신축성이 좋아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보통 길이가 10~15㎝, 굵기는 2~4㎝ 정도이다. 개흙 속에 깊은 구멍을 뚫고 살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되면 위로 올라오기에 겨울에서 봄까지가 제철이다.
개불은 그 생김새 탓도 있겠지만 글리신과 알라닌 성분으로 인해 예로부터 정력제로 애용돼 왔다. '우해이어보'에는 발기부전인 경우 해음경을 깨끗이 말린 뒤 가늘게 갈아 젖에 섞어 바르면 특효라는 민간요법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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