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에 부임한 군수가 어민들의 민생고를 듣기로 했다. 미역을 채취하며 생업을 이어가던 어민들은 세금이라도 좀 덜어볼 요량으로 미역 수확이 예년만 못함을 하소연하며 "고놈의 군소 때문에 못 먹고 살겠다"고 해버렸다. 군소를 군수로 잘못 들은 신관 군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는데….
어민들이 말한 '고놈의 군소'는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바다동물이다. 이 군소라는 놈이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주식으로 삼다 보니 군소가 많이 번식하는 해에는 해조류의 씨가 말라버리곤 했다. 그러니 미역 수확이 주업인 어민들은 군소가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혹자는 해조류를 갉아 먹는 동물 이름이 군소가 된 것은 가혹한 세금에다 자신의 치부를 위해 백성들의 뼈와 살을 갉아 먹는 탐관오리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바다 속을 다니다 보면 해조류의 엽상체를 올라타고 앉아있는 크고작은 군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의 생김새가 영판 토끼를 닮았다. 군소의 머리에 있는 한 쌍의 큰 더듬이 때문이다. 군소는 두 쌍의 더듬이가 있는데 이 중 작은 것은 촉각을, 큰 것은 냄새를 감지한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군소를 두고 '바다의 토끼(Sea hare)' 부른다.
군소가 토끼를 닮은 것은 겉 모습 뿐만이 아니다. 번식도 토끼만큼 다산성을 자랑한다. 군소는 3~7월 노란색이나 주황색의 국수 면발 같은 알을 낳는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낳는 알의 수가 1억 개에 이른다. 만약 이 알들이 100퍼센트 성장해서 재생산에 나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는 2m 두께의 군소로 덮이게 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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