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맛으로 냄새로… 아, 가을이여 !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요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는 옛말이 전해지는 걸 보면 우리 서민과 참 가까웠던 생선이었던 것 같다.
전어에 관련된 찬사가 유독 많은 전어는 참 행복한 생선이다. 그만큼 맛이 좋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좀 미심쩍고 뭔가 석연찮은 생각이 솔직히 든다.
먹을꺼리가 부족했던 옛 날 그토록 맛 있다는 전어는 헐 값에 팔렸는데 왜 인기가 없었을까?
별로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생선에 이상한 수식어는 어째서 이렇게 많이 붙여 놓았는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전어 대가리는 물론 전어 몸 어디에도 깨가 서말 들어있지 않고, 암만 둘러봐도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 맡고 새삼 집이 그리워 돌아 오지도 않는다.
이 모두 어찌 보면 허황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인기 없는 전어를 팔아 치우기 위하여 만들어 낸 수식어 치고는 어쨌든 그 효과는 엄청나다. 드디어 그렇게 흔하게 잡히던 전어에 대한 수요가 치솟아 그 가격이 광어나 우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가을의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전어는 생선계의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전어는 깻 잎과 잘 맛는다. 깻잎은 고소하지만 향이 진하기 때문에 자칫 전어 맛은 구경도 못하고 깻잎 맛만 실컷 보게 될 소지도 있다. 그래서 깻 잎 반장에 뼈 째 썰기 한 전어 몇 점을 올리고 순수한 재래 된장을 떠서 마늘 반쪽, 매콤한 고추 한 조각으로 쌈을 싸서 입에 쏙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그 고소한 맛을 음미한다. 이 것이 전어회의 참맛이다.
전어를 구우면 자글자글 익으면서 기름이 불에 떨어진다. 때문에 전어는 숯불이나 연탄 불에 구워야 한다. 전어구이 먹고 어디 가서 깨가 서말이더라고 자랑하려면 직접 적쇠에서 굽고 있는 전어를 구우면서 나는 냄새와 연기를 맡아야 그 고소함의 맛을 겨우 혀끝에 적실 수 있다.
전어는 내장 째 구워야 제 맛이 난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구우면 맛의 영혼이 빠져 나간 것과 같아서 앙꼬 없는 찐빵으로 비유할 수 있다.
2. 전어[錢魚], 제대로 알아보자
경골어강(硬骨魚綱 Osteichthyes) 청어목(靑魚目 Clupeiformes) 전어과(錢魚科 Dorosomatidae)의 한 종(種).
학명은 Konosirus Punctatus JORDAN et SNYDER이다. 몸빛은 등은 검푸르고 배는 은백색이다.
등쪽에는 갈색 반점이 있고 옆구리 앞쪽에 갈색의 큰 반점이 하나 있다. 등지느러미의 끝 연조(軟條)가 현저히 길고 실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꼬리지느러미는 황색을 띠고 있다. 몸길이는 15∼31㎝이다.
우리 나라 서남해안에 많이 분포한다. 근해성 물고기로서 여름 동안은 외양에서 지내고 10월경부터 이듬해 3월경 사이에 내만이나 하구의 기수역(汽水域: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수역)에 내유(來游: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수역)에 분포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충청도에,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충청도·경상도·전라도 및 함경도에서 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조 때에 편찬된 읍지들을 보면 황해도를 제외한 전 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전어를 한자로 전어(箭魚)라고 쓰고 그 속명도 같다 하였으며, 또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이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 흑산도에 간혹 있는데 육지에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였다.
어기(漁期)와 어법에 대하여서는 입하 전후에 전어가 내유할 때 그물을 쳐서 잡는다고 하였다.
1903년에 간행된 ≪한해통어지침 韓海通漁指針≫에는 전어는 우리 나라 연해에 널리 풍산(豊産)하는데 상당히 많이 잡힌다고 하였고, 또 가덕도·거제도·진해·고성 연해에서도 어장(魚帳:우리 나라 재래식 정치망)과 대부망(大敷網)에 적지 않게 혼획(混獲)된다고 하였다.
전어는 내만의 아주 얕은 곳까지 군래(群來)한다. 그러므로 일제시대에는 호망(壺網)·어전(漁箭)·지인망(地引網)·자망(刺網) 등으로 잡았다. 그러나 같은 곳에 있는 곳은 숭어 석조망(石繰網), 선자망(旋刺網) 등으로 잡았다. 오늘날에는 주로 선망(旋網)·유자망(流刺網) 등으로 잡고, 정치망으로도 잡는다.
어획량은 1928년에 5,745t을 잡은 것이 최고기록이었고, 광복 뒤에는 1960년대 후반기경부터 뚜렷한 증가현상을 보여 연간 수천t씩 잡혔고, 1988년에는 1만 423t이 어획되었고, 1997년에는 1만 3836t이 어획되기도 하였다. 오늘날 선도가 높은 전어는 생선회로 많이 소비되고 있어 그 값이 비싸고, 활어(活魚)로 판매되는 것은 더욱 비싸다.
3.전어, 본전 생각 안 하는 생선
전어는 청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서 서식장소는 수심이 30미터 이내의 얕은 연안이므로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남쪽에서 월동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한다.
여름에는 남,서해안 연근해의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등을 섭취하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월동을 위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때의 전어는 몸길이가 20cm정도로 자라 가장 영양가 풍부하고 맛이 좋게 된다.
남쪽바다에서 다자란 전어가 9월 중순경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12월까지 잡히는데 가장 맛이 좋을때가 10월이며, 그래서 가을전어는 10월 전어라고도 한다. 오죽했으면 돈 생각 안 한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했을까.
전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광양, 고흥, 보성등 전남 남쪽해안이다. 광양에서는 전어축제도 열고 있다.
전어는 100g중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열량도 많지 않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전어회는 숙취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먹는 방법도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하다.
전어는 낱마리로 거래되지만 예전에는 열마리를 한 묶음으로 가느다란 대나무에 끼워서 팔기도 했다. 자연히 가느다란 대에 끼워서 엮어야 했는데 바로 여기에서 전어(箭魚)의 이름이 유래됐다. 전어(箭魚)에서 사용된 전(箭)이란 대와 관련이 있으며, 대로 엮어 팔았기 때문에 이름이 전어가 된 것이다. 가을이면 바다가 허옇게 될 정도로 많았던 전어가 요즘은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최고의 전어 어장으로 알려진 경남 삼천포의 마도 사람들도 전어가 별로 안잡혀 맘이 편치않다. 제철이 되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예약이 폭주하지만 양이 적어 수요에는 맞출 수 없다고 한다. 요즘에는 대에 꿰어 팔기는커녕 잡히기만 하면 곧 바로 돈이 된다.
산채로 실려 횟집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어 이름도 이제 전어(箭魚)가 아니라 전어(錢魚)가 됐다.
세고시(背越し)란?
우리나라 말로 뼈채 썰기라 하지만 일본말인 세고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어, 도다리 새끼, 은어 등과 같은 소형의 횟감용 생선을 머리, 내장 등을 제거하고 비늘을 벗긴후 뼈와 함께 얇게 썰어낸 것으로, 뼈가 씹히는 거친 맛과 육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세고시를 즐기는 사람은 생선회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어를 포를 뜨거나 잘게 썰어 놓고 세고시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뼈채 썬 것이 본래 의미의 세고시다. 어자원의 고갈로 도다리 새끼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도다리 세고시의 소비가 늘면서, 양식 넙치 새끼가 자연산 도다리 세고시로 둔갑되기도 한다.
전어 선자망(旋刺網) 잡이
전어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잡는다. 갈매기나 바다에 떠다니는 해초더미 유무와 전어무리가 지나다니면서 생기는 물빛깔을 보고 전어 어군을 발견한다. 어군을 발견하면 그물을 선수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둘러치면 배는 그물의 안쪽에 위치하며,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부분은 뚫려 있다. 어부들은 전어 떼를 둘러싼 상태에서 노를 이용해 전어 쪽으로 접근, 10~15분간 장단에 맞춰 빨래 방망이로 배를 세게 두드리거나 긴 장대나 어른 주먹만한 돌을 줄에 묶어서 바다로 던진다. 표층에서 주로 사는 전어는 소리에 놀라서 주위로 흩어지면서 그물에 꼽히며, 전어는 습성상 밑으로 도망가지는 않는다. 전어가 부채꼴로 둘러싸인 그물에 꼽혀 잡힌다는 뜻으로 선자망(旋刺網) 어법이라고 한다.
활전어는 담수가 많은 곳에 보관
전어는 성질이 대단히 급해 좁은 수조에 가두어 두면 빨리 죽어버린다. 어획후 수송 및 보관 시에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해 담수와 해수의 비율을 6:4로 한다. 이렇게 해도 하루 이상 살려 놓기가 어려운 어종이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센 날에는 전어잡이 배가 출어하지 못하므로 전어회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활오징어도 비슷하다. 활어 수송업자의 말을 빌리면 활전어와 활오징어의 저장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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