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늦은 식물조사를 떠났다. 남쪽을 두루 다닌 탓도 있고 보통 이맘때는 조사를 위해 길을 떠나기보다는 책상에 앉아 한 해의 결과를 조사했던 탓인지 여러 풍광이 신선하기만 했다.
이즈음까지 산부추의 꽃이 고운 것도 알았고, 쑥부쟁이와 갯쑥부쟁이의 뚜렷한 구별점도 확실하게 알았다. 구기자나무의 생생하고 반질거리는 열매구경도 좋았다. 이름은 무언가 딱딱한 느낌인데 빨간 열매는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날씨마저 따뜻한 구기자 차 한잔이 어울리지 않은가.
사실 구기자나무는 마을근처의 뚝이나 냇가근처에 돌 틈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낙엽 지는 작은키나무이다. 시골길 한 켠에서 줄기가 늘어지도록 빨간 열매가 가득 달린 구기자를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사실 이 나무는 자생식물이라고 구분하기는 좀 어렵지만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키웠고 그것이 주변으로 흩어져 나가 자라고 있으니 그저 넓은 의미의 우리나무려니 하면 틀리지 않다. 예전엔 청양을 비롯한 충청남도와 진도를 비롯한 전라남도에서 특히 많이 키웠다.
지금은 열매의 계절이지만 초여름부터 늦은 여름까지 연노란색 수술과 어울어진 보라색 꽃들도 아주 예쁘고 역시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열매도 좋다. 한자리에서 서너개씩도 함께 달리기도 한다. 가지엔 가시가 있기도 하고.
구기자나무란 이름은 이 나무의 한자이름 구기자(拘杞子)를 그대로 부른 이름이다. 나무는 몰라도 구기자나무란 이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것은 당연히 이 나무의 약재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기록을 뒤져보면 너무나 많은 약효가 있다 하여 일일이 기억하고 확인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그 유명한 허준의 동의보감에 ‘구기자의 성질은 평범하고 맛이 달콤하며 무독하며 몸이 허약하고, 기를 보호하고, 얼굴을 희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장수하는 등의 효과’ 등이 나온다. 그래서 지선(地仙), 선인장(仙人杖)이라 한다고.
본고장 중국으로 가면 궁중비법으로 전해지는 불로장수의 처방에 모두 구기자가 들어가니 진시왕이 찾아나선 불로초가 바로 구기자라는 설에서 시작하여 가장 오래된 의약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도 등장하여 상약 즉 귀중하고 보하는 약으로 소개되었고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몸이 가벼워져 늙지 않으며, 장수를 누릴 수 있다라고 서술되어 있단다.
생약전이 아니니 구구한 성분은 나열할 필요가 없겠으나 고혈압, 콜레스테롤 및 고지방에 의한 성인병의 치료 및 예방 효과, 당뇨병, 류마티스 신경통 등등 다양한 증산에 좋다고 하고 특히 오래 먹어도 해가 되지 않은 것이 좋은 장점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는 구기자는 생기 있고 붉은 열매를 말린 상태의 것이며 잎이나 뿌리를 약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전문적인 약재처방이 아니더라도 잎을 차로 마셔도 좋고 봄에 나오는 연한 순은 살짝 데쳐 나물로 튀김으로 해먹고, 국거리로도 이용되며 회복기의 환자에겐 죽으로, 또한 밥에 섞어 짓기도 한단다.
이밖에도 술, 식혜, 떡 등 많은 이용방법과 제품이 나와있다. 마당 한 켠이 생기면 심어둘 만하다. 꽃이나 열매에 부족함이 없으니 심어 두고 보기에 좋고, 잎이며 열매며 조금씩 이런 저런 방법으로 맛보다 보면 오래 오래 늙지 않는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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