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박은 ‘식물계 황소개구리’
가시박 피해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가시박이 한번 발붙인 곳에서는 다른 식물들이 살아남지 못한다. 가시박이 둘레를 덮어 햇빛을 독차지해 버리기 때문. 햇빛을 전혀 받지 못한 식물들은 광합성을 못하면서 결국 고사(枯死)한다. 키 큰 식물 역시 가시박이 빙글빙글 타고 올라가며 밧줄로 묶듯 감싸버려 햇빛을 못 받는다. 때문에 가시박은 ‘식물계의 황소개구리’, ‘식물계의 배스’로 불리고 있다. 토종 생물들을 마구 먹어 치워 씨를 말리는 이들처럼 식물계를 초토화시킨다는 뜻에서다.
가시박의 생존력은 놀라울 정도다. 흐르는 물이나 동물 털에 달라붙어 번지기도 하고, 자동차에 탄 사람 몸을 이동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한강 수계(水系)에 유난히 가시박이 많은 것도 이 때문. 한 줄기에 많게는 씨 1000여 개를 품고 있어 터전을 쉽게 옮길 수 있다.
충주호 근처나 춘천, 강릉, 안동 부근에 가시박이 침투하면서, 원주지방환경청은 2004년부터 매년 6월 환경단체들과 함께 가시박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왕성한 번식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한강 밤섬에도 가시박에 갇혀 시들시들 죽어가는 나무들이 줄줄이 서있다. 논밭과 골프장에도 가시박이 슬금슬금 나타난다는 보고도 들어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5년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안양과 구리, 서산에도 가시박 피해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박은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어 가꿀 때 나타나는 지력(地力) 약화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북미(北美)에서 10여년 전 들여왔다. 호박만 심던 밭에 어느 해는 지력 약화를 막는다면서 이런 줄도 모르고 호박 대신 가시박을 심었던 것이다.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식물을 들여올 때 위해성 평가가 먼저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생태문화연구소 신정섭 소장은 “보통 숲이 우거진 곳에선 가시박도 맥을 못 추지만 나무가 없어 혼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잘 자란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가시박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특별관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2005년 요청해 놓은 상태이나 아직 환경부에선 답이 없다.
◆외래식물 현황 파악 시급
현재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는 외래종 동식물은 모두 10종. 동물로는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등이다. 이들의 악명(惡名)은 처음보다 잦아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준 것은 아니다. 황소개구리는 지금도 전국 습지와 강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세석평전이나 노고단까지 점령한 돼지풀도 위세가 여전하다. 국립공원지리산사무소 연구원은 “해마다 돼지풀 제거 작업을 해보지만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아직 외래 식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래 식물을 모두 287종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조사하면 공식 통계보다 5~6배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외래 동물의 경우, 최근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총 607종으로 나타나 223종이라던 기존 조사 결과를 대폭 수정해야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길지현 박사는 “1993~94년 외래종인 미국자리공의 환경위해 논란을 계기로 외래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며 “외래 동식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만 아니라 농림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관세청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이를 합쳐 운영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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