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vs 들깨.’ 깨라는 단어를 공유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참깨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엔 들깨는 깨라고 했는데 나중에 참깨에 밀려 들(野)자가 붙게 됐다는 설도 있다. 영어로 참깨는 sesame, 들깨는 perilla(또는 wild sesame)다. 들깨의 잎(깻잎)은 차조기(紫蘇)의 잎과 모양이 닮았다. 들깨의 다른 이름이 야소(野蘇)·백소(白蘇)인 것은 이래서다.
참깨를 짜면 참기름, 들깨에선 들깨기름(들기름)이 나온다. 두 기름은 주로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참기름엔 불포화 지방 중에서도 오메가-6 지방의 일종인 리놀레산이 많다(40%). 이와는 달리 들기름엔 오메가-3 지방의 하나인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다(70% 가량).
리놀렌산은 체내에 들어온 뒤 EPA나 DHA(둘다 오메가-3 지방)로 바뀐다. 등푸른 생선에 풍부하다는 바로 그 DHA·EPA다.
한국인에게 특히 부족한 지방은 오메가-3 지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지혈증·심장병을 예방한다. 들기름이 웰빙 식용유로 인기를 모으는 것은 이래서다(한림정보산업대 식품영양과 김영현 교수).
저장성은 참기름이 높다. 실온에 보관해도 오래 간다. 참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은 거무스름하게 변하거나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세사미놀·세사민·비타민 E 등 참기름 안에 든 항산화 성분이 참기름의 산화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들기름은 공기 중에 내놓으면 빠르게 산화해 유해한 과산화 지질로 변한다. “들기름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소비하라”고 하는 것은 이래서다. 특히 들기름을 발라 구운 김은 절대 오래 보관하면 안된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같은 이유로 들기름은 튀김·볶음 등 가열하는 요리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기를 찍어먹거나 샐러드 등 요리에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따라서 보관도 어두운 병이나 냉장고에 넣어 하는 것이 좋다.
검정깨엔 흰깨에는 없는 항산화 성분이 하나 더 있다. 검은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이다. 검정깨의 항산화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고 보는 근거가 바로 안토시아닌이다. 우리 선조도 이런 점을 알았는지 검은깨를 거승(巨勝)이라 불렀다. 또 신라의 화랑은 수련할 때 일곱 가지 곡식을 섞어 먹었는데 이 중 하나가 검정깨였다.
깨의 표면은 셀룰로오스라는 물질로 덮여 있다. 그대로 먹으면 소화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를 근거로 영양학자들은 “깨는 씨앗 째로 먹지 말고 볶아서 빻아 먹으라”고 권한다. 일단 빻고 나면 산화가 진행되므로 먹기 직전에 필요한 양만 볶아서 빻는 것이 현명하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99% 이상이 지방이다. 그런 만큼 열량이 높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이 두 기름을 음식에 과다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열량은 들깨(마른 것, 100g당 386㎉)보다 참깨(마른 것, 550㎉)가 높다. 둘은 단백질·칼슘(뼈 건강에 유익)·칼륨(혈압 조절) 함량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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