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가볼만한곳

평창 한국자생식물원

Sosahim 2008. 6. 28. 12:33

▲ 강원도 평창 한국자생식물원의 드넓은 산자락에 분홍바늘꽃과 꽃창포가 진초록의 풀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분홍바늘꽃은 더위를 무척 싫어하며 꽃창포는 장맛비를 맞으면서 피고 진다.

 

▲ 정선황기 - 민둥인가목 - 둥근이질풀 - 외대의아리 - 도깨비엉겅퀴

 

▲ 흰땅비싸리 - 한라개승마 - 흰양귀비 - 터리풀 - 섬시호

 

▲ 벌노랑이 - 솔체꽃 - 인동(금은화) - 용머리 - 섬백리향

 

▲ 하늘나리 - 꼬리 진달래 - 만병초 - 섬말나리 - 개병풍

 

▲ 수채화를 연상시키 듯 군락을 이루며 활짝 핀 꽃창포

 

우리 고유의 꽃과 식물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 월정사 입구의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비안골. 낮은 산자락의 비탈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는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약 2000여종의 들꽃들이 싱그러운 풀내음으로 사시사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요즈음 한창 꽃을 피운 분홍바늘꽃은 무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여름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올라가면 그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말라 죽는다. 그래서 분홍바늘꽃은 현재 절정의 미를 발산하고 있다. 분홍바늘꽃이 필 무렵이면 꽃창포도 함께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장맛비를 맞으며 피고 지는 꽃창포 사이를 걷다보면 세상의 시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7월 초하를 앞두고 화려함의 상징인 나리가 여름 꽃들을 이끌며 꽃동산을 연출해내고 있다. 터리풀, 꼬리진달래, 뻐꾹나리, 흰땅비싸리, 섬초롱, 벌노랑이, 섬시호, 둥근이질풀이 군락을 이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미 지난 봄에는 얼레지, 노루귀, 처녀치마, 앵초, 은방울꽃, 개불알꽃 등이 겨우내 얼었던 땅속을 헤집고 나와 자신을 뽐내기도 했다.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산국, 구절초, 꽃향유 등이 가을을 맞이할 것이고 더불어 마가목, 참빗살나무, 괴불나무를 비롯한 온갖 열매가 풍요로움을 더할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나뭇가지 위로부터 돌과 지붕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꽃으로 피어 환상적인 겨울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처럼 계절별로 다양한 우리의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특히 자생식물의 특성이나 용도, 이름에 따라 주제별로 식물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재미가 있다.

사람명칭식물원에서는 식물에 사람과 관련된 이름을 붙여 흥미를 끈다. 애기나리, 홀아비꽃대, 소경불알, 각시취, 난장이붓꽃, 애기원추리, 도둑놈의갈고리, 알며느리밥풀꽃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발걸음을 옮겨 동물명칭식물원으로 가보자. 마치 쥐의 오줌에서 나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쥐오줌풀을 비롯해 용머리, 벼룩이울타리, 금꿩의다리, 곰취, 큰제비고깔, 꿩의비름, 좀개비취, 박쥐나무, 두루미천남성, 털쥐손이 등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또한 꽃이 필 무렵이면 여름철새인 뻐꾸기가 날아와 운다고 해 붙여진 뻐꾹채도 만날 수 있다.

웰빙에 관심이 많다면 향식물원을 찾아가 봐도 좋다. 향기가 백리까지 간다고 해 붙여진 백리향을 비롯해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는 누린내풀, 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몸 전체에서 구린내를 풍기는 돌마타리가 있다. 이 밖에도 누룩치, 두메부추, 산마늘, 가는잎향유, 배초향, 방아풀 등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예전부터 다양한 식물을 약재로 사용했다. 독성이 강한 식물들로 인해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소량으로 사용하거나 유용한 성분만을 추출해 좋은 약으로 쓰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한라돌쩌귀, 노랑투구꽃, 진범, 미치광이풀, 박새, 천남성, 매미꽃, 독미나리, 애기앉은부채 등의 독성이 강한 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깊은 습지나 계곡을 따라 숲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은 습지원에 집중적으로 전시돼 있다. 작은 연못과 숲으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숫잔대, 나래박쥐나물, 강계터리풀, 왜승마, 눈개승마, 연령초, 병풍쌈, 관중 등을 관찰할 수 있고, 울창한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습지원에서는 식물원을 돌아보며 생긴 땀을 식힐 수 있다.

노랑무늬붓꽃, 깽깽이풀, 가시오갈피, 연잎꿩의다리, 산작약, 홍월귤, 노랑만병초, 개느삼나무, 순채, 한계령풀 등 멸종위기식물 중 서식지외보전 대상 식물 10종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즈마리나 라벤더보다 더 진한 향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더위에 지친 심신에 위안을 받고 싶다면 우리의 꽃과 풀을 찾아 떠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