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명산(虎鳴山)'이라 불린다는 깊은 산 위 호명호수가 출입 제한을 풀고 7월 1일 완전 개방됐다.
한 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호수 주변엔 산 아래 후끈한 공기가 미치지 못하는 듯 산뜻한 바람이 감돌았다. 그런데 호수 바로 옆엔 나무가 거의 없어서 양산도 모자도 없이 호수에 붙어 걷다간 얼굴이 까맣게 타고 말 판이다. 왼쪽에 전망대 같은 정자가 하나 보이길래 그 쪽으로 향하는 숲길로 냉큼 들어섰다.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그 사이로 산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혔다. 능선 따라 오르막을 10여분 걸었더니 발길 뜸한 숲길에 커다란 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휘호 대통령 최규하, 시 서정주' 등을 새긴 비석과 '자원개발의 새 기원'이라고 쓴 높다란 기념탑에서 1980년 이 인공호수를 만들 때 느꼈을 흥분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윗물'인 호명호수와 '아랫물' 청평호가 땅 밑 관으로 연결돼 있고 이 시설들이 합쳐져 '청평양수발전소'를 이룬다. 한국 최초, 동양에서 두 번째인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였다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아래서 올려다 본 정자는 홍보관(3~10월 오전 10시~오후 5시, 11~2월 오후 4시까지) '호명정(虎鳴亭)'이었다. 냉방이 잘 돼 시원한 데다 호명호수 부근 지하수를 냉장한 찬물이 준비돼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2층은 호명호수와 북한강, 홍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다. 홍보관에서 나와서부터는 흙 길로 된 내리막. 손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숲 길에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 걷기 좋게 설치돼 있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엔 '천상원(天上園)'이란 이름을 가진, 수채화 같은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 물가에 피어있는 분홍 보라 흰색 꽃 사이엔 호수 쪽으로 향한 벤치가 여럿 있어 폭염이 지나간 후 여유롭게 앉아 책 읽기 좋겠다.
호명호수 입구 안내판은 세 개의 산책 코스를 제안한다. 그늘 적은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도는 1코스(1.6㎞)보단 숲 길로 들어갔다 나오는 2코스(2.4㎞), 3코스(3.8㎞)가 여름철 걷기에 적합하다. 주차료·입장료 무료,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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