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해맞이 | 전통적인 일출 명소는 정동진, 추암 촛대바위, 감포 앞바다, 호미곶 동해에 산재했다. 새해 첫날 햇빛이 먼저 당도하는 지리적 위치와 툭 터진 시야 때문이다. 남해의 여수 향일암은 듬성듬성 솟은 다도해 섬 사이의 해돋이가, 서해의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보는 해돋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하지만 유명한 해돋이 명소일수록 준비 없이 가면, 인파에 치이다 돌아오기 일쑤다. 될 수 있으면 주제를 잡고 해 맞으러 가자.
주문진에 복어가 제철이라네
'진도 세방낙조와 선상 해맞이'는 색다른 신년의식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전남 진도 지산면의 801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치리·가학리 방향으로 진도 서해안을 돌면 세방낙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소나무로 에워싸인 푸른 섬 주지도와 양덕도, 구멍 뚫린 섬 혈도와 사자처럼 생긴 광대도가 보인다. 한눈파는 사이에 떨어지는 게 태양이지만, 세방 낙조는 일몰 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튿날에는 목포에서 새벽 배를 타고 2009년 뜨는 첫 해를 기다린다. 수평선 해돋이를 보기 힘든 서해안의 지형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이다. 여러모로 단출하고 이색적이다.
도시의 들뜬 분위기를 맛보려면 부산으로 내려가길. 변함없는 도시 일출 명소 해운대가 기다린다. 아침 해운대엔 부산 시민이 ‘총출동’하므로, 일찍 나서야 한다. 케이티엑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범어사와 해동 용궁사, 달맞이길, 동백섬, 자갈치시장 등을 둘러본다. 한겨울 남녘 도시에서 ‘노는’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 해맞이'는 자녀와 함께 가는 신년 교육여행으로 맞춤하다. 천마총, 첨성대, 석굴암, 국립경주박물관 등 역사문화 유적과 밀레니엄 테마파크 그리고 문무왕 수중릉이 있는 감포 해변의 해돋이.
새해를 맞은 뒤 강원도를 횡단해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해돋이는 동해 추암해변에서 기다린다. 이후 순백으로 가득 찬 대관령 양떼목장과 춘천 남이섬을 거쳐 돌아오는 무박2일 코스다.
◎ 겨울기차 여행 | 꼭 해돋이를 봐야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연말연시 판박이 같은 여행 방식을 무시해보자.
'아리랑 고개 넘어 정선·태백 강원도 아리랑’은 겨울 기차를 타고 하얀 눈 덮인 강원도를 헤집는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첫날은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증산역에서 내려 정선5일장(2·7·12·17·22·27일)을 구경한다. 정선장은 산나물과 약초 등 지역 특산물 외에 곤드레밥, 콧등치기, 황기 백숙 등 향토 먹을거리가 많다. 이어 스님과 첼리스트가 부부의 연을 맺고 만든 된장마을 ‘메주와 첼리스트’를 방문하고 아우라지 강변을 걷는다. 이튿날은 적설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태백산에 올랐다가 한우 직거래 매장인 ‘태백 하늘소’에서 한우를 먹고 돌아온다.
◎ 주문진 맛 기행 | 이즈음은 복어가 제철이다.
'제철 맛기행, 주문진 복 터졌네’는 강원 주문진 특산인 복어를 중심으로 당일 일정을 짰다. 특히 7일까지 주문진 수산시장에서는 복요리 축제가 열려 복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값싸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강원도에 흔치 않은 사대부 가옥인 선교장과 소돌해안을 산책한다. 선교장은 조선 영조 때 효령대군의 후손인 이내번이 족제비 떼를 쫓다가 우연히 발견한 명당자리에 집을 지은 뒤, 그 후손이 지금도 살고 있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원산을 운항하는 여객선의 기항지였다. 이듬해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주문진 등대는 직경 3미터 높이 10미터로 석회 모르타르가 칠해진 벽돌식 구조로 우리나라 등대 건축 초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 겨울 철새 맞이 | 철원평야는 두루미가 뒤덮고 있다. 두루미가 겨울 터전을 삼은 철원읍 천통리의 샘통은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천연 샘이다. 여기서 나오는 물줄기는 얼어붙은 철원 벌판에 오아시스 같은 구실을 한다.
철원평야와 비무장지대 일대를 다니며 낟알을 주워 먹는 두루미와 독수리 그리고 기러기 떼·오리 떼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망원경은 필수. 철새 탐조와 함께 고석정, 노동당사, 철원평화전망대 등을 묶어 '철원 민통선과 DMZ 철새탐조 여행'
3대가 만족하는 놀이공원 온천 여행
◎ 온천과 크리스마스 | 아이와 할아버지가 동시 만족하는 삼대 가족여행 코스다.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와 덕산 스파캐슬을 잇는 여행. 아이들은 에버랜드에 한창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신나고, 할아버지는 물 좋은 스파캐슬의 온천수에 느긋해질 것이다. 스파캐슬은 한겨울에도 물놀이가 가능한 노천온천을 여럿 열어두고 있다.
새해맞이 1초 전쟁
2009년 가장 먼저 해 뜨는 곳은 울주 간절곶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동쪽에 있는 곳?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한반도 내륙의 최동단은 포항시 호미곶이다. 동경 129도34분3초(호미곶 광장 기준). 하지만 호미곶에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건 아니다. 올해 1월1일 첫 해는 호미곶에 앞서 울산시 울주군의 간절곶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간절곶의 경도는 동경 129도21분46초. 호미곶보다 서쪽에 있다.
간절곶에 먼저 해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도상으로 호미곶이 간절곶보다 더 동쪽이지만,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 있기 때문에 1월 초 즈음에는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더 먼저 햇빛을 받는다. 해 뜨는 시각이 계절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호미곶은 2000년 1월1일 대대적인 해맞이 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새천년 첫 해를 향해 선 이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상생의 손’은 이미 여행자들에게 각인되며 호미곶은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울산 동구가 대왕암을 내세우며 해돋이 싸움에 끼어들었다. 2000년 이후 대왕암의 2002·2005년 1월1일 해돋이 시각이 간절곶과 같았다는 것.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해, 매년 12월 말과 1월 초를 빼곤 대왕암이 간절곶보다 해돋이가 이르다고 주장했다.
어디서 해를 맞건 새해가 달리 오겠는가만, 여행지도 지자체의 마케팅이나 유행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보여준다. 돌이켜 보면 해돋이 명소는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80년대엔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등 동해의 전통적인 관광지로 몰렸다가 1990년대에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후광으로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천년을 맞아 호미곶이 뜨고 간절곶이 뒤쫓고 있는 중이다.
2009년 첫날 처음 해가 뜨는 곳은 간절곶이다. 오전 7시31분30초. 그리고 1초 뒤에 대왕암에서 뜬다. 호미곶은 7시32분에야 뜰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도 동쪽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울릉도로 건너가길. 성인봉 정상과 내수전 전망대의 해돋이도 좋다. 독도야말로 가장 동단이지만, 애석하게도 새해 해돋이 관광객을 위한 선박 운항 계획은 없다.
하지만 울주군은 곧 반격에 나섰다. 연중 일출 시각은 호미곶이 앞서지만, 새해 일출 시각은 간절곶이 빠르다는 것. 울주군은 “새천년 첫날 오전 7시31분26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수평선에서 찬란한 태양을 맞았다”며 ‘역사 바로잡기’와 함께 간절곶을 관광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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