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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천탑마을'

Sosahim 2008. 11. 27. 22:43

 

돌에는 온기가 없지만 돌탑에는 따사로운 기운이 감돈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쌓아 올린 정성 덕분이다. 지금은 100개 남짓하지만 1000개의 탑을 꿈꾼다는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탑들을 만났다. 둥근 뿔처럼 하늘을 향해 뾰족뾰족 솟아있는 돌탑은 돌이 아니라 꿈 조각을 쌓아 올린 듯 보였다.

마곡사 입구를 지나 한적한 산간도로를 달리다 보니 도로변으로 돌탑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천탑마을이 가깝다는 증거다.

마을회관 맞은편에 3개, 그 옆에 3개 제법 큰 돌탑이 있다. 맞은편 3개 중 가운데 탑은 공주시 399개 마을에서 모아온 돌들로 쌓은 '공주시탑'이다. 그 오른쪽은 천탑마을 주민들의 희망을 담은 '염원탑'이란다.

 

탑 쌓기 체험을 하러 펜션을 운영하는 김석환씨 집으로 향했다. 그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돌탑을 쌓기 시작한 주인공이다. 원래 이 마을 출신으로 도시로 나가 일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 귀향한 지 올해로 8년째. 농사를 짓던 중 밭 옆에 버려진 돌들을 주워 탑을 쌓기 시작했다. 첫 탑은 아내를 위해 쌓았다. 돌 하나하나에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두 번째는 아이들을 위한 탑이었다. 이렇게 집 근처에 열 개쯤 쌓았을 때 마을에 건의를 했다. '탑 마을을 만들면 어떻겠는가' 하고. 그렇게 천탑마을이 시작됐고 지난 3년간 100여 개의 탑이 솟았다.

탑 쌓기는 간단한 듯 보이지만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접착제나 시멘트를 쓰지 않는 것이라서 자칫하면 무너지고 만다. 균형을 잘 잡고 큰 돌 작은 돌을 고루 섞어야 한다. 관광객이 오면 마을 주민들이 옆에서 도와준다. 첫 돌을 놓기 시작해 맨 꼭대기 돌까지 올릴 수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사람들이 쌓던 것을 이어 받아 쌓는다. 자신이 쌓던 탑이 어떤 모습으로 완공됐는지 다음에 다시 한 번 들러 확인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돌탑 쌓기가 끝나면 모닥불에 손을 녹이며 고구마와 알밤을 구워먹는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따뜻한 모닥불과 짝짝 소리나며 익는 고소한 밤 맛 덕분에 추위가 잠시 달아난다. 탑 쌓기 체험 예약은 겨울 내내 받는다. 탑을 쌓아 올리고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먹는다. 2시간~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오전에는 춥기 때문에 오후 1시 정도에 시작한다. 예약 필수. 체험비용은 어른 1만원, 학생 6000원.

천탑마을에서 재배한 고랭지 배추, 고추, 마늘, 파 등을 이용해 김장 담그기 체험도 가능하다. 절인 배추 및 양념을 미리 준비해 놓으므로 현장에 가서 양념을 버무려 속을 넣기만 하면 된다. 체험비용은 김장 1㎏에 2500원으로 자신이 담은 김장김치를 가져가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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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천년 고찰 마곡사: 탑 쌓기 체험은 주로 오후 1시나 2시쯤 시작한다. 아침에 마곡사(麻谷寺)를 둘러본 후 절 입구에 있는 여러 식당 중에 하나를 선택해 점심을 먹고 천탑마을로 찾아가면 일정이 딱 맞는다. 마곡사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700m 정도 걸어야 한다. 고목(古木)과 길 바로 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이 보기 좋아 발걸음이 가볍다.

백제의 향기 어린 공산성: 천탑마을에서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공주 시내로 방향을 잡아보자. 백제 문주왕이 한산성에서 웅진(熊津·지금의 공주)으로 천도(475년)해 웅진성(公山城·지금의 공산성)을 쌓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성벽 일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성벽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과 그 너머로 공주 시가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