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바다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린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바다에 올망졸망 뿌려진 섬과 이들 섬을 품은 바다의 비경을 볼 수 있다. 미륵산은 우리가 흔히 관광엽서에서 보았던 한려수도의 풍경을 찍은 곳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마치 누군가가 섬을 바다 위에 흩뿌려놓은 듯한 풍경이다. 동쪽으로는 통영 시내가 바라보이고 그 뒤로 한산도 추봉도 용초도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쪽으로는 사량도 두미도 추도 납도가, 남쪽으로는 비진도 연대도 저도 송도 연화도 욕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저녁 무렵이면 달아공원으로 가보자. 통영시 남쪽의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있다. 국내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는 곳이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통영 시민들은 보통 '달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평동의 전혁림미술관 역시 통영의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강렬한 햇빛을 볼 수 있는 곳. 아흔 한 살의 전혁림 화백은 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꼽힌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그는 미술학교 한번 변변히 다니지도 못했지만 미국의 한 미술잡지에 한국 10대 화가로 꼽히기도 했다.
전혁림미술관은 전 화백의 작품 70여 점을 전시해놓은 곳. 건물 외벽 타일은 전 화백의 그림을 기초로 디자인했다. 연한 하늘빛부터 검푸른빛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푸른빛이 인상적이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다.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이 통영에서 났다. 김춘수 시인은 통영을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했고 윤이상은 미륵도를 "우주의 소리를 들은 곳"이라고 말했다. 화가 이중섭도 한때 통영에 머물며 '통영 풍경' '복사꽃 핀 마을' 등의 그림을 그렸다.
통영에 왔다면 청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남망산 공원으로 오르는 입구에 그의 시 깃발이 세워진 시비가 있다. 남망산 정상에 오르면 통영항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턱에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에서는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통영 시내 청마거리도 돌아보자. 청마 유치환과 정운 이영도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스민 곳이다. 청마는 통영우체국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정운 이영도에게 연서를 썼다. 건너편 이층집은 정운이 살았던 곳. 사모하는 연인의 집이 바라보이는 우체국에서 편지를 쓰는 청마의 마음은 얼마나 애달팠을까. 그 마음만큼이나 붉은 우체통이 우체국 정문 앞에 놓여 있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사랑하였으므로/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대표적인 굴 생산지
통영 하면 굴을 빼놓을 수 없다. 굴 하면 서해안 천수만 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굴 생산지는 통영이다.
국내 연간 굴 생산량은 약 4만t인데 이 가운데 3만t 이상이 통영과 인근 해역에서 난다. 겨울이면 통영 바닷가에서는 알 굵은 굴이 올라온다. 어민들은 양식장으로 나가 굴이 덕지덕지 붙은 줄을 걷어 올린다.
통영 사람들은 굴을 '꿀'이라고 부른다. 발음도 그렇고 맛도 그렇다. 발음은 진짜 꿀(honey)과 구분할 수 없다. 통영 굴은 겨울이 제철. 알도 통통하고 맛도 좋아 먹기에 좋다.
굴은 수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견디고 번식을 하기 위해 플랑크톤을 열심히 섭취하는데 겨울에 나는 굴은 타우린과 글리코겐 등 영양이 풍부해 그 맛이 일품이다.
◆ 통영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판암 방면 대전외곽순환도로를 탄다.
산내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미륵산은 67번 도로를 타고 통영청소년수련관을 지나 '미래가든' 맞은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표지판이 작아 유심히 봐야 한다. 2㎞ 정도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미래사가 나온다.
전혁림미술관은 충무마리나 리조트에서 67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통영시 청소년수련관 방향으로 좌회전. 청마문학관은 통영기상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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