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미식기행의 1번지는 역시 동해안이다. 과메기, 대게, 전복, 곰치 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을 돌게 하는 별미들이 즐비하다. 특히 경북 해안지방에는 해안선을 따라 이들 미식거리가 집중 돼 있어 미식기행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우선 포항을 찾으면 겨울 햇살에 꾸들꾸들 말라가는 쫄깃 고소한 과메기가 기다리고, 지척 경주에서는 청정 동해의 짭조름 싱싱한 참전복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또 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다 보면 대게 찌는 냄새가 진동하는 영덕이 나서고, 그 위 울진에서는 육-해-공 별식재료가 총집합된 '해천탕'이라는 보양식이 겨울 미각을 부추긴다.
▶호미곶 꽁치과메기
최근 몇년 사이 겨울 인기 미식거리로 등장한 게 있다. 바로 과메기다. 처음에는 비위가 상할 듯싶지만 일단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마른 꽁치 특유의 쫄깃 고소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겨울철 동해안 별미의 대명사로 떠오른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가 주산지이다. 포항시에서 영일만을 따라 호미곶에 이르는 일출 나들이길(925번 지방도)은 올망졸망 포구와 하얀 모래밭, 파도에 일렁이는 고깃배 등 여유로운 광경 속에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이면 구룡포 해안 곳곳에 이르기까지 과메기 덕장이 늘어서 이 지방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과메기는 본래 뱃사람들의 영양식이었다. 가을철에 잡힌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저장한 뒤 겨울철 해안가 덕장에 내다 걸어 자연 상태에서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며 만든다. 밤이면 얼어붙고, 낮이면 녹아 몸속의 수분을 털어내는 과정에 맛깔스럽게 숙성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청어를 주로 썼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신한다.
꽁치를 통째로 매달아 말리는 '통과메기'는 보름 정도, 배를 갈라 먹기 좋게 말리는 '짜가리(배지기)'는 3~4일이면 고소한 과메기로 태어난다. 과메기는 애주가들의 안주감으로 그만이다. 특히 꽁치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숙취해독에도 그만이다.
과메기는 껍질을 벗겨 속살만을 생미역, 김, 마늘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과메기 아지매들은 "등이 푸리고 윤기도 돌고 속살이 붉어야 좋은 기"라고 일러준다. 한두름(20마리) 산지가로 1만원선, 요리로는 한 접시 2만원(4인 기준)이다.
◇청어과메기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다. 동해에서 갓잡아 올린 등 푸른 청어를 잡아 겨울 해풍에 꾸들꾸들 말려 과메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우리 바다에서 청어가 자취를 감추자 꽁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청어는 꽁치에 비해 살이 깊고 뱃살에 기름기도 많아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게 특징이다. 때문에 미식가들은 청어 과메기를 더 애타게 찾는다. 최근 들어 포항, 영덕 등지 해변에서 청어과메기 덕장의 모습을 드물게나마 만날 수 있다.
▶주변볼거리
◇호미곶 상생의 손
대한민국 제일의 일출 명소격이다.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상생의 손' 조형이 명물로 꼽힌다. 바다 속에 자리한 하나는 호미곶 갈매기 떼의 쉼터 구실을 하는데, 그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볼만하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포항시내~925번 지방도~호미곶
▶감포 전복탕
전복은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은 미식거리이다. 요즘 상에 오르는 것들은 대게가 양식전복이다. 따라서 웬만한 미식 수준에 오르지 않고서는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전복은 일단 그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바로 이 맛!'이라는 감동이 덜하다. 특히 회집이나 일식집 등에서 무슨 고명처럼 얇게 썰어둔 생전복을 대했을 때에는 전복의 깊은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저 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맛있게 여기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산지에서 갓 잡은 전복을 통째로 베어물면 비로소 '아하! 이 맛이로구나' 진미를 느끼게 된다. 먼저 전복을 적신 짭짤한 듯 간간한 해수가 입안에 침을 듬뿍 고이게 한다. 이후 어구적 어구적…, 오들거리는가 싶더니 금새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속살은 생생한 미각으로 다가온다.
경북 동해안 지방을 찾으면 이런 전복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경주 감포 인근 대본리를 찾으면 물질로 갓 따온 싱싱한 참전복을 맛볼 수 있다. 어른 주먹만한 6~7년산 자연산 전복도 흔치않게 볼 수 있다.
대본리 앞바다에서 40년째 물질을 해오고 있다는 김임순씨(58)는 "전복은 봄-가을 미역을 묵으러 올라오는 놈들이나 겨울철 잡아 올린 기가 맛있다"며 "감포 앞바다에는 아직도 싱싱한 전복이 쌔비렸다"고 자랑이다.
물질에 식당까지, 억척스럽게 일상을 꾸리고 있는 김씨는 전복 전문점(해송회집)으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감포 주변 전문점에서는 참전복을 쓴다고 한다. 흔히들 전복은 제주, 완도, 경남 지방 등에서 나는 말전복이 주를 이루는데, 위도상 울산 위쪽에서는 참전복이 난다는 것.
"참전복은 쫄깃하고 담백한 기 고마 맛이 영 다릅미더."
자연산 전복은 우선 겉보기에도 다르다. 겉껍질이 매끄럽지가 않다. 등딱지에 따개비, 해초 등이 달라붙어 자라는 게 일반적이다.
김씨네 집에서는 전복탕, 찜, 죽, 구이, 회 등을 맛볼 수 있다.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물질을 해서 잡아 온 자연산을 쓴다는 자부심에 결코 비싼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집의 별미는 전복탕. 전복에 통마늘, 대추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끓인 후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 투가리에 담아내는데, 국물 맛이 시원 고소하다. 4만원(1인 기준). 해삼 무침 또한 이 집의 특미. 잘게 썰은 해삼에 배, 오이, 풋고추 등을 썰어 넣고, 깨, 식초, 김 가루, 마늘 다짐, 참기름 등을 섞어 비벼 내는 게 별미다.
▶볼거리
◇대왕암& 감은사지
일출 기행명소로 유명한 감포 인근에는 대왕암이 있다. 대왕암은 바다의 용이 되어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신라 문무왕의 전설이 어린 곳으로 봉길리 해수욕장 대왕암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해가 장관이다. 대왕암에서 5분 거리 내륙 쪽에 감은사지가 자리하고 있다. 감은사는 문무왕이 세우기 시작했고 아들인 신문왕 때 완성된 사찰이다. 2개의 거대한 삼층석탑과 주춧돌 등이 남아 있다. 감은사란 이름은 문무왕의 위업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신문왕이 붙였다고 전해진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경주 IC~경주~보문단지~4번 국도~감포 방향~덕동호~추령터널~양북~929번 지방도로~감은사지~감포 대왕암
▶울진 해천탕
울진은 영덕과 더불어 대게가 가장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울진에서는 새로운 별밋거리가 하나 생겼다. '해천탕'이 그것이다. 육-해-공의 식재료를 모아 만들었다는 해천탕은 울진군이 새롭게 개발한 야심작으로 울진 미식거리의 대명사격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해천탕은 우선 식재료부터가 화려하다. 토종닭에 송이, 전복, 해삼, 가리비 등을 넣고 여기에 8가지 약재를 추가해 푹 고아낸 건강 보양식이다. 추운겨울 고단한 여정에 기운을 돋워주는 별식이 아닐 수 없다.
걸쭉한 듯 시원한 국물은 속 풀이에 그만이다. 특히 고소한 맛에 송이와 해물의 향취까지 담아내 맛을 더한다.
울진군청 위생과 강향주씨는 "해천탕은 닭국물과 송이 향이 조화를 이루는 등 저마다 개성 있는 식재료가 모여 오묘한 맛을 담아내는 명품 요리"라고 소개한다.
울진 근남면 진복리 '해오름식당'을 찾으면 해천탕을 맛볼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직접 기른 토종닭을 쓰며, 울진 옹기에 탕을 담아낸다. 거창한 식재료에 비해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 4인 기준 5만5000원이다. 다 먹고 난 후 나오는 죽도 별미이다. 2시간 전 예약 필수.
▶볼거리
울진은 겨울철 여행지로 박자를 고루 갖췄다. 망양정, 월송정 등 관동팔경의 옛 정자에서 동해 일출을 감상하고 맛있는 대게를 맛볼 수 있는가 하면, 덕구, 백암 등 온천장에서는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영계곡에 자리한 고찰 불영사를 찾으면 호젓한 산사의 정취에도 푹 젖어 들 수 있다.
▶가는 길
◇서울~영동고속도로~대관령 넘어 강릉(동해고속도로로 우회전)~동해~7번 국도~삼척~울진/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안동 방향 우회전)~중앙고속도로~풍기 IC 좌회전~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불영계곡~울진
▶대게찜
영덕은 겨울철 '대게'를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명소로 꼽힌다. 요즘 강구항에는 대게철을 맞아 대게잡이 배가 분주히 드나든다. 국내 대게 최대 집산지로 싱싱한 국산 대게를 포구 주변에서 맛볼 수 있다. 대게는 '大게'가 아닌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나무(竹)처럼 마디진 다리와 빛깔을 가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주로 영덕군 강구면에서 축산면, 울진 죽변~후포 사이 앞바다 수심 200~400m 바다 밑바닥에 개흙이 전혀 없고 깨끗한 모래만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통상 11월부터 5월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12월 중순 이후 잡아야 살이 오른 게 참맛을 볼 수 있다.
대게 중 유독 살이 꽉찬 것을 '박달대게'라고 부르는데, 수컷보다는 암컷이, 다리부분 보다 몸통부분의 맛이 더 좋다. 특히 지방질이 적어 담백 쫄깃한 데다 게장이 담긴 딱지(몸통)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좋은 대게를 고르는데도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배 중앙 부위가 단단하고 껍질이 얇을수록 좋다. 또 게 뚜껑에 검은 팥알(갑낭)같은 것이 많은 게 충실하다. 이는 게와 공생하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게딱지로부터 풍부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았다는 증거이다. 아울러 수족관에서 건져 올렸을 때 활발하게 다리를 움직이고, 쪄논 상태에서는 배가 불그스름한 게가 충실한 것이다. 요즘 강구항 등지에서는 중간크기의 먹을 만한 것이 1만5000원~2만 원 선(1마리)에 거래된다. 강구항 '종가' 등 식당가에서 대게 맛을 볼 수 있다.
◇영덕 아침 식사 먹을만한 곳
바닷가 여정에는 소주 한 잔이 기본이다. 아침 속 풀이 메뉴로 전복죽과 물회도 괜찮다. 영덕에서는 강구면 삼사리 덕성식당이 맛집으로 통한다. 참 전복을 얇게 썰어 찹쌀과 함께 넣고 끓여낸 죽이 부드럽고 고소해 속풀이에 그만이다. 또 싱싱한 전복이나 도다리 잡어 등을 잘게 썰어 야채와 참기름 깨가루, 김가루, 고추장 등과 함께 섞어 버무린 후 물을 부어 비벼 먹는 물회도 음주 후 껄끄러운 입맛을 돌려 세우기 그만이다. 전복죽 1만원, 물회 2만원, 도다리물회 1만5000원, 잡어물회 1만원, 전복물회 2만원, 홍삼 1kg 5만원, 해삼 1kg 3만원.
▶볼거리
'바람의 언덕'에서 맞는 '풍력발전기'& '강축해안도로' 드라이브= 창포리 산 능선에 자리한 풍력발전소도 영덕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수백만평 능선에 웅장한 자태로 선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장관이다. 직경 82m의 거대한 날개가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동심원을 그리는 힘찬 날갯짓이 위압적이다.
영덕의 최고 명물은 낭만의 해안드라이브 길인 '강축해안도로'. 영덕 강구항~축산항~대진해수욕장까지 이르는 이 길(20번 지방도)은 굽이치는 해안선 끝자락을 따라 이어져 푸르른 동해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국도 안동 진보~황장재 고개 넘어~영덕 강구항
'알콩달콩 > 가볼만한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의 가볼만한 4곳 (0) | 2009.01.23 |
---|---|
시골의 정겨움을 느낄수 있는 장수군' 하늘내들꽃마을' (0) | 2009.01.21 |
깊어가는 겨울! 3도3군 여행지 (0) | 2009.01.17 |
거창 금원산 얼음조각전 (0) | 2009.01.17 |
겨울 가족 여행 코스 3곳 (0) | 2009.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