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회자되는 요즘이다. 밸런타인데이 때문이다. 충북 보은에 갔다. 멋진 ‘사랑’이 그곳에 있다. 사랑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시길.
▲ 사랑한다면 '연리지' 처럼
속리산 법주사 입구 사내리 수정봉 자락에 연리지(連理枝)가 있다. 1월에 발견됐다.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연결돼 한몸처럼 자라는 나무다. 하나하나의 생명을 ‘소우주’로 생각하면 두개의 우주가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치(理致)가 이어졌으니 연리지다.
연리지는 효심의 상징이다. '후한서'의 '채옹전'에 따르면 후한 말 효성이 지극했던 채옹이라는 사람이 모친의 무덤 옆에 초가를 짓고 살았는데 이때 초가 앞에 가지가 붙은 나무가 자랐단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심에 빗대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나무'라고 이야기했다.
들여다보면 연리지는 '사랑의 나무'이기도 하다. 나무의 일생이 '사랑'과 닮았다. 우선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지기까지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몸통이나 가지가 맞닿은 부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껍질이 벗겨지고 생살이 짓이겨진 후에야 비로소 하나가 된다.
사랑의 열병, 상대에 대한 질투와 집착의 고통이 이러할까. 한몸이 된 후에는 항상 둘이 함께 한다. 한쪽이 병들면 다른 몸에도 병이 퍼져 동시에 죽는 일생의 마지막도 드라마처럼 애틋하다.
수정봉 자락 연리지의 높이는 약 20m다. 한쪽은 소나무고 다른 쪽은 참나무다. 10m 높이에서 두 나무의 가지가 붙어있다. 참나무 가지가 소나무 가지를 부드럽게 보듬고 있는 모양새다. 밑둥도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있다.
보은군자연보호협회 는 "소나무는 300년, 참나무는 200년 정도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 소나무가 유독 많았는데 일제 강점기 때 죄다 벌목당했다. 하지만 연리지 인근에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기던 사당이 있어 일본인들도 어쩔 수 없이 연리지를 베지 못한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행한 일이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적어도 200년을 붙어살았다. 해와 달과 별을 함께 보았고 바람과 비와 눈을 맞으며 세상을 견뎌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두 손 붙잡고 한날, 한시에 하늘나라로 갈 것이다. 멋진 사랑 아닌가.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도 변함없을 사랑'을 연리지에서 본다.
인근 중판리에도 수령 약 60년 된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밑둥이 붙은 채 자라는 연리목이 있다. 상판삼거리에서 중판리 쪽으로 약 5분 정도 가면 중판교 인근 야산에서 볼 수 있다. 법주사 일주문 옆에는 수령 150년 된 소나무 연리지가 있다. 두 나무가 아닌 한 나무의 가지가 다시 제몸통으로 이어진 모양새가 여느 연리지와 달리 이색적이다.
▲ 법주사의 다정한 전나무 두 그루
보은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속리산 법주사다. '속리'란 속세와 이별한다는 의미, '법주'란 법에 안주한다는 의미니 그야말로 불심 가득한 사찰이라 하겠다.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조사가 삼국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세웠고 이후 혜공왕 12년(776년)에 법상종의 조사인 진표율사가 금동미륵삼존불을 갖춘 후 김제 금산사, 대구 동화사와 함께 법상종의 3대 가람으로 발전해왔다. 팔상전, 쌍사자석등, 석연지 등 국보 3점과 보물 12점, 여기에 4,500여명의 인원이 동원돼 만든 금동미륵대불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법주사에도 다정한 풍경이 있다. 천왕문 앞에 선 두 그루의 전나무다. 전나무는 곧고 반듯하게 자란다. 가지도 아무렇게나 뻗지 않는다. 이런 의미로 예부터 사찰에 많이 심어졌다. 천왕문을 지키고 선 법주사 전나무는 위압적이지 않다. 마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다정한 연인 같다.
짝을 이루는 것이 또 있다. 보은의 명물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과 그의 부인으로 알려진 서원리의 정부인 소나무다. 유일하게 벼슬을 가진 나무인 정이품송은 안타깝게도 800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이 훼손돼 삼각형의 아름다운 자태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정부인 소나무는 수령 600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아함이 남아있다. 밑둥에서부터 두 갈래로 뻗어 자란 몸통의 모양이 화려하다. 정이품송과 나란히 서 있었으면 더 좋았을 풍경이다.
보은읍에서 법주사 가는 길에 있는 솔향공원의 솔숲은 연인들의 호젓한 데이트장소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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