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식물

산에서 캐는 고기, 나무에서 나는 우유 '더덕'

Sosahim 2009. 3. 28. 15:01

 

 

 씹으면 입안에 그윽한 향기가 번지는 산채가 더덕이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으뜸일 뿐만 아니라 영양도 만점이다. 고추장을 발라 구우면 고기 맛을 내는데 사찰에서는 고기 대신 더덕을 먹기 때문에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더덕 뿌리를 자르면 하얀 액체가 나오는데 거기서 연상했는지 ‘나무에서 나는 우유’라는 뜻으로 ‘내수(奶樹)’라고도 불렀다. 또 인삼이 귀했던 시절, 바다에서 나오는 인삼이라고 해서 ‘해삼(海蔘)’이라고 했던 것처럼 더덕은 모래밭에서 나오는 인삼이라고 해서 ‘사삼(沙蔘)’이라고 했다.


산에서 캐는 고기, 나무에서 나는 우유

더덕은 삼 년이 지난 것을 주로 채취하는데 자연산 더덕은 산삼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인삼 대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했지만 약효는 인삼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에서는 고려인삼을 으뜸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덕도 고려에서 나는 것을 인정했던 모양이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도경에 더덕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에서 나는 더덕은 관가에서 날마다 밥상에 올리는 나물 가운데 하나인데 형체가 크고 살이 부드러우며 맛이 있지만 약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적어 놓았다. 특히 민간에서는 폐와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데 좋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정조 임금이 탕약을 끓이는데 인삼 대신 더덕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고,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아랫배가 아파서 대소변을 못 볼 때 더덕을 가루 내거나 탕으로 끓여 먹으면 즉시 낫는다며 구급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동역사에는 조선의 인삼 가운데 가짜는 모두 더덕, 도라지 뿌리로 만든다. 최근에는 인삼으로 즙을 먼저 짜내 자신이 마시고 햇볕에 말린 후 다시 팔아 먹는데 이것을 위삼(僞蔘)이라고 하며 약재로는 쓸 수 없다고 했으니 그 무렵에도 가짜가 판을 쳤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인삼이 없을 때는 더덕이 인삼을 대신하는 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했을 때, 경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인삼은 모두 거둬 수출을 했다. 대신 국내에서는 인삼 대신에 더덕을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