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식물

목숨 연명한 나물, 울릉도 '산마늘'

Sosahim 2009. 5. 7. 09:19

 

 

 

 

목숨을 연명했다고 붙여진 이름, 명이

명이는 산에서 자라는 마늘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흔히 ‘명이’‘멩이’라고 하지만 본래 이름은 산마늘이다. 울릉도는 조선 태종 때 공도정책으로 섬이 비워진 후, 고종 19년이 돼서야 개척령이 내려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살기 시작한다.

당시 울릉도는 요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당연히 봄까지 먹을 양식이 없었다. 이때 사람들이 캐먹기 시작한 게 산마늘이다. 눈 속에서 뽀얗게 얼굴을 디밀고 올라오는 '뿔맹이'를 살짝 데쳐 연명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산마늘을 캐 먹고 명(命)을 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명이다. 그래서 울릉도 뱃사람들은 요즘도 초창기 정착 마을인 태하리 신당에서 제를 지낼 때 명이를 놓는다.

울릉도에 도착하자 마자 점심을 먹고 바로 해발 300m에 자리한 나리분지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해발 984m 성인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비탈이 산마늘 산지다. 커다란 배낭을 맨 사람들이 내려왔다. 등산객이 아니다. 적게는 20kg, 많게는 50kg까지 산마늘 봇짐을 지고 내려오는 울릉도 주민들이다.

 

주로 비탈진, 응달에 잘자라

이런 모습은 울릉도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광경이다. 몇해 전만 해도 1kg에 1000~2000원 하던 산마늘 가격이 올 해 7000~8000원으로 뛰자, 산마늘을 캐는 '명이꾼'들이 생겨난 것이다.

산마늘을 채취하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달아나듯 산을 내려갔다. 산마늘 채취가 단속 대상이기 때문이다. 성인봉과 나리 분지 일대는 '원시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산마늘은 물론 일체의 식물 채취가 금지돼 있다.

산마늘은 주로 비탈진 곳, 응달에 많이 자란다. 특히 나리 분지 일대는 우산고로쇠가 벌써 무성한 잎을 틔었는데, 이 나무 밑에 군락을 이룬다. 산에서 뜯어 먹은 산마늘 잎은 확실히 향긋했다. 제법 자란 산마늘의 줄기에서는 단맛이 베어 있다. 마늘 줄기보다 훨씬 연하고 단물이 많았다, 수수대처럼.

눈 많이 온 올해 더 부드럽고 달아

다음날 아침, 명이꾼들을 찾아 성인봉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나리 분지 쪽으로 5분 정도 내려오자 산마늘 천지였다. '어린아이 팔뚝에 돋아난 솜털'처럼 넓적한 산마늘 잎들이 산비탈에 쌓인 낙엽을 배개 삼아 무성히 돋아 있었다. 높은 곳의 산마늘은 사람 손을 덜 타서인지 잎이 크고 연했다.

산마늘은 눈이 많이 오는 해에 더 부드럽고 맛이 달다. 올봄 울릉도는 늦게까지 눈에 묻혀 있어 "명이가 좀 오래 갈 것"이라고 울릉도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5월이 넘아가면 뻣뻣해져서 먹기 힘들다.

"겨울에 눈 속에 올라오는 것을 '뿔맹이'라 해.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제맛이지. 조금 더 순이 난 것을 '뽈록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김치 담그면 맛있어. 요즘 하는 명이장아찌는 예전에는 먹을 줄 몰랐어. 근래에 나온 것이지.”성인봉에서 만난 한 명이꾼의 설명이다.

산마늘의 어린 순을 이르는 뿔명이는 일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수도승들이 즐겨 먹는다 해서 ‘행자마늘’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가격은 2배 정도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