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푸른 그늘이 그립다. 땡볕을 가릴 초록 터널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아른거린다. 더위로부터 멀리 떨어진 청정한 숲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꿈을 이룰 곳으로 경북의 청송이 적당할 듯하다. '청송'이라는 아름다운 지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은 벌써 상쾌해진다. 청송엔 그 이름값을 하는 아름다운 계곡이 많다. 한여름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푸른 솔'이 품은 절경의 계곡들을 소개한다. 솔 그림자 말간 물 위에 드리우고 푸른 바람 일렁이는 초록 정령의 계곡들이다.
■ 주왕산 절골
청송의 땅은 깊다. 자연은 이 오지에 돌산의 아름다움은 무릇 이래야 한다며 맘껏 조화를 부려놓았다. 주왕산(해발 720m) 이야기다. 사시사철 주왕산을 찾는 산행객 대부분은 대전사를 시발점으로 하는 주방천 계곡으로 들어선다.
이 계곡의 제 1, 2, 3 폭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겠지만 주왕산의 진면목은 그것에 끝나지 않는다. 산자락 건너편에도 주방천에 견줄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주왕산 남동쪽 자락을 파고든 절골이 그곳이다.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아 고운 자태의 원시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곡이다.
절골탐방안내소에서 시작된 탐방길은 내내 계곡을 끼고 오른다. 몇 걸음 걷지 않아 깎아지른 협곡과 맑은 물줄기가 빚어내는 비경과 마주한다. 기암의 봉우리들이 줄줄이 늘어서 계곡을 굽어보고 있다. 절골의 풍경은 군기를 잡듯 이렇게 초반부터 기가 질리게 한다. 천천히 조금씩 보여주는 다른 계곡의 풍경과 달리 한꺼번에 모든 걸 토해내는 듯하다.
발걸음 뜸한 계곡엔 바람만 스칠 뿐이다. 30분쯤 솔바람에 땀을 씻어가며 걸어 올라가면 첫번째 합수머리인 신술골 입구에 이른다. 이곳부터 좌우의 기암 절벽은 낮아지고 골은 넓어진다.
울창한 숲과 계곡물이 어우러져 평온한 풍경을 내보인다. 예서 30분쯤 더 오르면 대문다리라는 합수 지점이다. 편한 걸음의 절골 트레킹에 나섰다면 여기까지만 둘러보고 다시 내려오는 게 좋다. 주왕산 산행을 한다면 이곳에서 가메봉을 거쳐 내원마을, 제3폭포를 거쳐 대전사까지 잇는 산길이 최적의 코스다. 5시간 가량 걸린다.
■ 신성계곡 백석탄
청송의 안덕면 신성리에서 고와리까지 이어지는 길안천 자락을 신성계곡이라 일컫는다. 절골이 주왕산을 파고든 계곡이라면 신성계곡은 청송의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절경의 물길이다.
신성교에서 시작한 물길은 깎아지른 벼랑 위의 방호정을 지나 구불구불 물돌이를 치며 청송의 들을 적신다. 방호정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방호(方壺) 조준도가 모친의 묘를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의 터를 골라 세운 정자다. 굽이치는 물길과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 풍치를 갉아먹는 큼직한 현대식 다리가 거슬린다.
방호정을 지난 물길은 지소리 인근에서 또다른 절경을 뽐낸다. 일부러 깎아놓은 듯한 병풍 같은 바위 절벽이 계곡을 감싸고 섰다. 야트막한 물에서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처박고 물 속을 뒤진다. 깨끗한 물에서만 자란다는 다슬기를 잡기 위해서다.
청송 주민들은 이 다슬기를 '골부리'라 부른다. 풍덩 온몸을 담근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이다. 골부리를 잡으러 물 속에 들어간 것인지, 물 속에서 나오지 않으려 골부리를 잡는 것인지.
지소리를 지난 물길은 고와리의 백석탄으로 이어진다. 물길은 갑자기 눈부시게 하얀 바윗덩어리를 지나야 한다. 꽃처럼 피어난 흰 돌덩이는 시간과 물이 깎아낸 조각 작품이다. 고와리의 지명은 이곳의 풍경이 아름다워 '와 이리 고운가'라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 얼음골
청송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계곡은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다. 주왕산을 스쳐 영덕으로 내려가는 길목, 부동면 항리에 있는 길가의 계곡이다. 기온이 32도가 넘으면 산비탈의 돌무더기 안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고 한다. 얼음골에는 62m 높이의 인공폭포가 조성돼 있다.
너른 둔치의 그늘에 앉은 관광객들은 얼음골에서 불어오는 냉기를 맞고 폭포의 장쾌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힌다. 폭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얼음골 약수터가 있다. 굴처럼 패인 약수터 안에 들어가면 얼음골의 냉기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얼음골은 겨울이면 빙벽 훈련장으로 각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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